산업화 때 도입된 '벽식구조'···노후화·층간소음 주범

2024-10-29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붕괴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하자분쟁은 연평균 4400여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뉴스웨이에서는 부실시공의 본질적 원인과 그 해법을 하나씩 톺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대부분 아파트의 건물구조로 채택되고 있는 '벽식구조'와 '무량판구조' 자체가 부실시공이 일어나기 쉬운 형태라고 입을 모은다. 층간소음에도 취약하고 노후화됐을 때 개보수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벽식구조와 무량판구조의 공통점은 층 사이에 건물을 가로로 지탱해주는 '보'가 없다는 것이다. 벽식구조는 '내력벽'이라고 불리는 사면의 벽체가 위층의 무게를 떠받치는 건물을 말한다. 내력벽은 층 사이 지붕인 '슬래브'와 바로 연결돼 있다. 무량판은 벽 대신 기둥을 세우고 기둥이 슬래브와 연결된다.

벽식구조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벽식구조는 속도가 빠르다. 벽과 슬래브가 일체화돼 있어서 거푸집에 철근을 심고 콘크리트를 붓는 단순반복 공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속도도 빠르고 보도 없기 때문에 공사비용도 싸다. 다만 철근과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기술자의 숙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층간소음에도 취약하다.

벽식구조 아파트가 널리 보급된 것은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이 크다. 산업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급격하게 도시로 밀려들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싸고 빠르게 짓는 벽식구조 아파트를 도입했다.

무량판구조는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벽 대신 기둥을 세우기 때문에 기둥이 슬래브를 뚫고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접합부에 철근을 심는 '전단보강근'을 시공한다. 다만 전단보강근의 시공난이도가 높아, 벽식구조보다 기술자의 숙련도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최근엔 무량판구조조차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인력의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숙련기술자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기술난이도가 높은 전단보강근을 시공하는 기술자의 숙련도가 떨어지자 시공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 최근 붕괴사고가 일어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량판구조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라멘구조'를 도입하면 하자문제와 층간소음문제가 확실히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골조를 먼저 만들고 벽체를 시공하기 때문에 골조를 만들 때 하자를 잡아내기 용이하다. 벽체의 경우 언제는 트거나 교체할 수 있다. 기둥과 보로 소음이 분산되기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도 해소된다. 구조안정성도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보다 월등하다.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로 건물의 뼈대를 만들고 벽체는 벽돌이나 판넬 등으로 채우는 방식을 말한다. 기둥과 보를 만들 때 철근과 콘크리트를 쓰면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가 되고, 강철기둥과 보만 사용하면 '철골 라멘구조'가 된다.

라멘구조는 건물수명도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보다 길다. 현재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 아파트는 배관이나 전선을 슬래브에 매립하기 때문에 개보수가 어렵다. 벽식구조는 벽이 손상되면 건물구조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에 불과하다. 반면 라멘구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벽체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어서 개량하기도 쉽다.

문제는 비용이다. 라멘구조는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 대비 10~30% 가량 공사비가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라멘구조는 벽식이나 무량판구조보다 층고도 30㎝ 이상 높아 개방감이 크고, 모든 성능 면에서 뛰어나다"면서도 "한 곳에 정착하기보단 경제력에 따라 이사를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당장 비용이 많이 드는 라멘구조가 채택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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