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선생님인데 한복을 입는다. 수업 교재로는 영어원서를 활용하고 철학, 생태,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학생들이 소통의 도구인 영어를 활용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영어 선생님들의 선생님’ 울산여자고등학교 김주리 교사를 소개한다.
영어 선생님들의 선생님
김 교사가 한복을 입기 시작한 계기는 과거 울산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외국 학생들을 맞이할 때 한복을 입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면서 한복이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했다.
이후 한복을 ‘교복’처럼 여겨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입게 되었고, 지금은 학교에서 늘 한복을 입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적 영어교육을 자연스럽게 접목해 학생들에게 색다른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김 교사의 교육적 차별성은 단순히 복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철학, 생태, 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영어원서를 수업 교재로 활용하는 주제 중심 접근법으로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고력을 길러주고 있다.
그녀는 “요즘 수능 영어 지문은 제시된 160글자 남짓한 지문으로는 주제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면의 배경지식이나 문화를 알지 못하면 단순한 해석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지니게 하고자 해마다 다양한 주제의 영어원서를 선정하고 일부를 발췌해 수업자료로 활용한다.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와 같은 문학자들의 원서 문학작품으로 심리학적, 사회학적 주제도 탐구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의 저서로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수업도 한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다양한 영문학 작품과 원서를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단순한 문법이나 어휘 암기가 아닌 다채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영어교재 이외 원서 교재 부분도 시험 범위에 포함돼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이렇게 쌓인 습관이 결국은 시험이라는 제도를 넘어 나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저와 학생들 모두 믿고 있습니다.”
기초 닦아주는 조력자
김 교사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의 환경 속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정보매체 문해력(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그녀는 가짜 뉴스의 문제점과 의심에 관한 책인‘감기 걸린 물고기’를 비롯해 ‘지구촌 문제’, ‘환경’, ‘전쟁’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주제로 대중매체 문해력(미디어 리터러시) 수업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모둠을 이뤄 자유로운 의견을 공유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김 교사의 수업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 교사는 “영어 수업으로 학생들이 세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과 책임감을 지니며 더욱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말한다.
김 교사는 “언어 학습은 결국 자신의 결심이 중요한데, 저는 그 결심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출발점을 견고히 다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주는 조력자가 되는 것, 그것이 영어 교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은 김주리 교사와 같은 선도적인 교육 사례와 혁신적 교육 방식이 확산하도록 교사들의 창의적인 수업 방법과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교육 자료 개발, 전문성 향상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모든 학생이 즐겁게 참여하는 영어 수업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국제적 감각과 문화적 소양을 키우도록 돕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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