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교육자원의 결핍, 그리고 에듀테크

2025-03-30

얼마 전 AES방글라데시 출범식을 위해 다카에 다녀왔다. 방글라데시는 작년 8월에 학생과 시민의 대규모시위의 결과로 세이크 하시나 총리가 인도로 도망을 갔고,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총선은 언제 실시될지 모르고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방글라데시의 문맹률은 40%에 이르고, 산업은 의류, 봉제, 선박해체산업 등 2차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투자의 많은 부분을 해외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AES방글라데시 출범은 관심이 높았다. 특히, 디지털교육을 지렛대로 방글라데시의 초·중등교육, 직업교육, 고등교육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방안모색은 매우 진지했다. 와히두딘 마흐무드 과도정부 기획자문관(과도정부의 장관) 등 정부관계자, GST 설립자 살라후딘 헤이더 등 통신기업, 교육기업 기업대표들, 이치구치 토모히데 JICA 방글라데시 수석대표 등이 참석한 출범식과 2개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디지털교육의 확대가 어떻게 교육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통신 인프라 등의 준비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해외사례 도입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가?' 등의 이슈를 놓고 시간을 연장해 가면서 토론을 진행했다.

와히두딘 마흐무드 자문관은 중등교육을 필두로 교사 양성과 역량강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도 교육부장관을 역임했던 와히두딘 마흐무드 자문관의 말은 어느 나라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이면서도 방글라데시에는 특히나 절실한 이야기다. 좋은 교사가 다수 존재해야 교육의 질은 나아진다.

한국은 에듀테크가 발전하기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좋은 선생님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학교현장에서, 학원에서, 방과후, 온라인 강의에서 가르치는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역량이나 자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다. 그리고 필요한 수준의 선생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주장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우리나라가 발전된 부분이다.

학습데이터분석솔루션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감각적으로 학생의 학습 분석을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강의력이나 학습지도능력도 우수하다. 학생 개개인 맞춤형 지도 방법도 많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디지털 수업도구, 학습분석도구,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박하지 않다. 그래도 더 나은 학습지도와 편리함을 위해 이런 도구들을 원하는 선생님들도 많다.

미국은 공립학교 교사들이 부족해 인도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영국 등 많은 나라가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 선생님들의 자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은 너무나 많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학교와 선생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교육 인프라와 도구의 활용, 콘텐츠의 확대, 이를 활용하기 위한 교육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교육 자원이 결핍된 곳에서 훨씬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중후반에 중국이 초·중등학교에 스마트 교실을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다양한 학습플랫폼이 학교채택을 위해 경쟁을 했는데, 이 때 3·4선급 도시의 교육위원회가 선호하는 제품은 영어, 음악, 미술과 같은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제품이었다. 지방에서는 이 과목의 선생님 수와 자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교육이 갖는 강점은 맞춤형 학습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에듀테크에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일본은 2018년 이후로 내각에 디지털청을 설치하고, GIGA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학생에게 디지털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등 초·중·고·대학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박람회 EDIX를 가면 NEC 등 대기업들이 디지털 교육부문에 대거 진출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에듀테크 박람회와 비교하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에듀테크 제품들은 정말 다양하다. 다양한 요구와 다양한 학습 대상들을 고려한 제품들이 많다. 이 강점이 결핍된 교육자원을 보완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 khlee@t-ime.com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아시아에듀테크서밋(AES) 글로벌 컨소시엄 회장, 에듀테크학회 고문, 한국서비스산업총연합회 이사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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