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다.
“학원비가 너무 부담돼요. 안 보내자니 불안하고, 보내자니 너무 힘들고요.”
디지털 기술이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교육 현장도 눈에 띌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같이 변화가 일상인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 진짜 가르쳐야 할 게 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이 고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 교육은 마치 끝도 없는 레이스 같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직업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아이도, 부모도 주말도, 밤늦은 시간도 다 내놓는다. 그런데 마음속 한편에는 늘 이런 생각이 맴돈다.
‘이게 진짜 교육인가?’
이런 고민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 속에서 ‘칸 아카데미’가 등장했다. MIT와 하버드를 졸업한 살만 칸은 사촌 동생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강의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학습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지금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빌 게이츠 역시 아들과 함께 강의를 시청한 뒤 칸 아카데미를 극찬했고, 구글과 게이츠 재단, 넷플릭스 창업자까지도 이 플랫폼의 철학에 공감하며 적극 지원했다. ‘누구나, 어디서나, 공평하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신념이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있었다.
2023년, 칸 아카데미는 오픈AI와 손잡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AI 개인 튜터 ‘칸미고(Khanmigo)’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의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 AI는 단순한 정답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습자의 수준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스스로 사고하도록 이끈다.

살만 칸은 저서 <나는 AI와 공부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돕는 존재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는 AI가 맡고, 교사는 아이들과 더 깊이 연결되며 본질적인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문해력 저하, 비판적 사고력 약화, 기술 의존 같은 문제는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살만 칸 역시 AI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경계한다. 다만, 지금의 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AI가 ‘보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문제를 빠르게 푸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사고하고 배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힘을 길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필자는 독서라고 믿는다.
책을 읽는 습관은 생각을 깊게 하고, 언어의 뿌리를 다지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책과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이건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기술을 익혀야 하는 직장인, 빠르게 변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까지. 이들에게도 AI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호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AI 활용 전문 강사 양성, 공공기관과 기업의 맞춤형 AI 학습 프로그램 도입, 지역 기반 연구·모임의 지원 등 구체적인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저출산, 인구 감소 같은 구조적 문제와도 마주하고 있다. 교육과 일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람다운 교육, 그리고 사람다움을 지켜내는 선택과 실행이 절실하다.
기술이 이끄는 세상이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나는 AI와 공부한다》 (살만 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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