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디지털교과서를 안길까 문해력교육을 챙길까

2025-04-01

최근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하여 찬반이 극명함은 물론 그 우려도 깊다. 어느 쪽의 의견이든 틀린 견해는 없어 보인다. 채택을 하자니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가야 하고, 보류를 하자니 첨단의 학습 도구적 효과가 아쉽다.

무엇보다도 디지털교과서의 논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있다. 앞으로의 인류는 AI와 공존해야 하고 이 상황을 삶에 잘 녹여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기반의 전제와 그것의 교육적 효과를 총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기반은 일정 수준의 문해력 도달이 전제되었을 것이다. 그래야 디지털교과서의 유용성이 설득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 배가도 효과로 증명될 수 있다. 아직 기본적인 문해력에 도달되지 못한 학생에게까지 디지털교과서를 바로 쥐어 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 기본 전제를 팽개치고 미래 시대의 도래에만 경도된 채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정책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아이들의 교육에 엄청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어령 교수는 이미 20년 전에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논리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선언한바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으로 조화를 이루어 한국인의 디지로그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 논리가 급기야 지금의 화두를 예언한 듯도 하다. 균형과 조화는 쌍방이 동일한 무게감을 갖고 장단점을 보완함은 물론 서로에게 상생의 역할을 해야 함을 말한다. 이 화두로 보면 디지털교과서는 기초 수준을 넘어선 문해력 수준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상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교육은 모든 단계에 새로운 교육모델을 바로 적용해야 하지만, 단계별로 노력중점과 교육목표를 다르게 갖는다. 그리고 단계별 실행목표가 상급학교에 연계하여 총체적 성장 교육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초등교육에서 가장 중점이 되고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바로 문해력 교육이다. 모든 학습의 도구이고 생활의 바탕인 문해력이 미진한 단계에서 교과서가 디지털로 대체되어 버리면 오히려 디지털 학습의 효용마저 얻을 수 없다. 문해력 교육의 기회가 상실되면서, 스토리와 공감과 정서를 갖지 못하는 기계 장치 속에서 인간의 관계 언어 수준은 그나마도 보전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해력 교육은 많은 어휘와 함께 문맥적 유추, 유사어의 쓰임, 확산과 관용의 의미 등을 터득함으로써 인간 삶을 이해하도록 한다. 이러한 학습 흡수력 가장 좋은 때는 초등교육의 기간이다. 문해력 교육의 기초가 완성된 후에 디지털교과서가 병행되면 이들이 서로 대등하게 조화를 이룰 여지가 많다. 이어령 교수의 화두처럼,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균형과 조화, 보완과 상생의 효용을 지향하므로 대체보다는 병행과 도구적 효용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보류, 유예, 선도, 권장 등으로 묶어둘 것이 아니다. 학령별 시기 조정이 먼저 되어야 하고, 방법도 상생의 효용으로 재논의 되어야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사용보다는 문해력 교육에 더 큰 힘을 주어야 한다. 수년 간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문제점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입장과 정책적 지향으로 갖가지 회유책을 내놓으면서 디지털교과서의 선택을 적극 유도하는 행정은 진정 깊은 교육적 맥락은 아닌 것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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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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