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인공지능(AI) 기술을 접했을 때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가 화려하고 거대할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처럼 사람이 주도적으로 일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가 뒤섞인 산업에서는 그 혁신의 크기가 더욱 클 것이라고 믿었다. 기대감에 차 새로운 기술을 찾아보고 빠르게 배워 적용하려고 했지만, 너무 큰 기대가 독이 됐는지 현실에서의 괴리감은 결국 작은 좌절과 함께 스스로를 다시 익숙한 관성으로 밀어 넣었다. 기술에 대한 흥미는 그대로였지만, 화려한 혁신을 상상했던 만큼 오히려 작은 성과에 실망하고 점점 멀어지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자칫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굳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미 AI 기술들이 가진 잠재력은 여러 현장에서 빠르고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성장을 숙명으로 안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는 이 가능성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하기엔 너무 아쉽다. 그렇다면 새로운 AI 기술을 도입할 때 회사의 업무나 조직에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방식은 어떤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처음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할 때,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자주 듣고, 따라하고, 작은 단어 하나라도 배우면 그것을 즐겁게 사용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AI 기술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산업 전체를 바꾸거나 회사를 완전히 뒤엎는 혁신을 기대하면, 오히려 과도한 기대에 작은 성취가 가려져 버린다.
처음에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업무들을 AI를 통해 개선하고,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복된 노출과 꾸준한 작은 시도,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경영진과 조직의 의지가 중요하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그것이 고객에게는 어떤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지, 나아가 지속 가능하며 확대될 수 있는 가치인지 등 끊임없이 질문하며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큰 혁신을 기다리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강력한 성과와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프롭테크 업계에는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설 현장을 관리하고, 위험 요소를 미리 진단하며, 설계와 시공 과정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회사가 존재한다. 흥미롭게도 그들의 서비스 역시 처음부터 거대한 혁신을 목표로 AI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눈앞의 작은 비효율 하나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에서 출발해 발전해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AI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엄마' '아빠'를 배우고 난 아이가 자연스럽게 다음 단어를 배우고, 어느 순간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내듯, 우리도 작은 성공 경험 하나하나를 통해 기술 활용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그렇게 작은 성공들이 꾸준히 누적됐을 때, 비로소 회사와 조직의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술의 영향력이 클수록 고려하고 보완해야 할 것도 많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여유와 시간도 요구된다. 아직은 미숙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일지라도, 성장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멘터리 역시 이제 막 '엄마' '아빠'를 지나 '안녕?'이라는 단어를 배우며 새로운 세상과 상호작용을 시작했다.
이 작지만 즐거운 배움의 과정을 더 많은 회사와 스타트업과 나누고 싶다. AI 기술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업무와 조직 속에 스며들어 일을 재정의하고,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큰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해본다. 그렇게 조용히 스며드는 작은 변화들이 기대했던 그 어떤 혁신보다도 더 강력하고 오래가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ask@apartmenta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