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첫 반도체 사업을 '기회의 땅' 용인에서 시작한다. 이번 사업은 SK하이닉스가 10년간 약 12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4곳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회사는 전 세계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단위 실탄을 쏟아붓겠다는 복안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3월 용인에 첫 반도체 생산공장(Fab, 팹)을 착공한다. 이번 착공은 용인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된 지 약 5년 만이다. 앞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용인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지난 2019년 2월 발표됐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일단 이곳에는 D램을 쌓아 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D램이 생산될 예정이며, 공장 건설에는 약 9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제품은 한 팹당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20만장이 생산되며, 최대 80만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착공은 올해 3월, 준공 계획은 오는 2027년 5월이다. 이번 공장 건설은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HBM은 보통 DDR5, eSSD와 함께 AI 및 서버용 메모리로 분류되는데, 최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미니 팹을 건설해 소부장 주오기업의 기술개발 및 실증, 평가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용인 클러스터 사업 외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321단 낸드플래시 공급도 예정되어 있어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된다. 반기별로 살펴보면 먼저 올해 상반기에는 321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올해부터 청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해당 제품을 월 3만장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낸드플래시는 청주와 이천, 중국 다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은 중국(약 10만장)이다.
하반기에는 6세대 HBM4를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오는 2026년 HBM4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25년에 HBM4를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는 연내 12단 HBM을 생산하고, 내년에는 16단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가 생산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긴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더욱 발전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납품한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율도 늘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R&D 투자를 기반으로 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