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진실이 있다. 하나는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시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 덕분에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은 예외 없이 찾아오고, 남겨진 재산은 가족에게 또 다른 숙제가 된다.
상속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끝까지 경제권을 놓지 않는다. 어떤 이는 50대부터 자녀 명의로 부동산을 분산 취득하며 계획적이고 장기적인 상속세 절감 전략을 실행한다. 또 누군가는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 자녀들의 다툼을 지켜본 뒤에야 “내 자식들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상속 계획을 급히 세운다.
상속은 가족관계 마지막 시험대
유언장 없으면 유산 갈등 우려
생전에 구체적 상속 계획 세워야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난 이후 남은 재산을 들여다보면, 생전에 그가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재산 문제에서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고생해서 모은 돈이니 내가 쥐고 있다가 죽으면 자식들이 알아서 나누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언도 없고 생전 증여도 없는 경우라면 남겨진 자녀들은 유산을 놓고 갈등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서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부동산 중에 상당수가 상속 분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이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부모에게 묻고 싶다. 성공적으로 재산을 모았지만, 유산 때문에 가족이 갈등하고 불화한다면 과연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속 문제는 단순히 재산의 이전 차원을 넘어 가족관계의 마지막 시험대일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속은 죽음을 앞두고 급히 준비하면 늦다. 오히려 건강하고 판단력이 뚜렷할 때 보유 자산의 구조를 꼼꼼히 살피고 어떻게 나누고 물려줄지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도 부모의 뜻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상속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상속 재산이 많든 적든 미리 준비하지 않은 상속은 형제자매의 신뢰를 손상하고 가족의 유대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반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준비한 상속은 가족의 신뢰를 지키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알아서 잘 나누라”는 말은 가장 나쁜 유언이다. 살아 있을 때 분배 기준을 설명하고, 일부는 생전 증여로 미리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상속 분쟁은 예방할 수 있다. 끝까지 경제권을 쥐고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남긴 유산이 많을수록 분쟁의 씨앗도 커질 수 있다.
상속은 단지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남기는 메시지다. 세간에 ‘재산이 200억원을 넘으면 가족관계가 비즈니스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상속 갈등의 본질은 재산의 규모보다 ‘불공정하다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세 딸을 둔 부모가 두 딸과만 해외여행을 갔다면, 남은 딸은 소외와 불안을 느끼고 이런 감정은 상속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증폭돼 가족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은 “부모가 죽기 전에 유언장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한 문서 정리가 아니라 가족의 평화를 위한 실질적 방법이다.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내 뜻이니 따라야 한다”는 방식보다는 “내가 이렇게 정했지만 너희 생각도 듣고 싶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녀의 의견도 반영하라는 것이다.
진정한 유산은 돈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의 평화·신뢰·존중이다. 준비된 상속은 남겨진 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으로 기억된다. “내 자식들은 절대 싸우지 않을 거야”라는 말보다 “내가 미리 준비했으니 내 자식들은 싸울 일이 없다”는 말이 훨씬 현명하다. 상속은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분배가 아닌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언이자 진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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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