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이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자행되고 있는 미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위적인 행정 처리를 비판하며 내년 월드컵을 보이콧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18일 “2025 FIFA 클럽월드컵이 미국 전역에서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대회 개최국인 미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이민정책과 인종차별적 단속이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국제인권단체와 시민사회는 FIFA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내년 열릴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전면적인 보이콧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번 클럽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할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초전 격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대회를 세계에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알리는 기회로 삼기보다는, 자국의 권위주의적 정책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흑인 및 무슬림이 다수인 12개국 국민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월드컵 및 클럽월드컵 참가 선수에 한해 예외를 인정했지만, 이민자 및 유색인 팬들에 대한 입국은 원천 차단된 상태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클럽월드컵 경기장에 보안인력으로 배치되면서 “비시민권자들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공지를 내놨다. 가디언은 “이는 축구가 이민자들에게 뿌리 깊은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할 때, 명백한 공포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복면을 쓴 보안요원들이 피부색을 근거로 시민들에게 서류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ICE는 최근 몇 달간 대규모 단속 및 추방 작전을 확대해왔다. 엘살바도르의 감옥형 수용소, 남수단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 지역으로의 강제 송환도 이어지고 있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권자조차 단속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HRW)는 FIFA에 “미국은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월드컵 개최지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FIFA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며,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 “세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슬로건을 인용하기까지 했다. 클럽월드컵에서 ICE 배치에 대한 우려에 대해 묻자, 그는 “보안 외에는 어떤 문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클럽월드컵은 리오넬 메시가 출전한 개막전조차 관중 동원에 실패하며 흥행 참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경기에서는 “1장 구매 시 4장 무료” 티켓 할인까지 등장했지만, 관중석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관광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전역 관광객 수는 지난해 대비 9% 감소했고, 경제적 손실은 약 86억 달러에 이르리라 추산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No Kings’ 시위와 함께 ICE의 납치를 규탄하는 풀뿌리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 같은 현실이 내년 월드컵의 전조라며 전 세계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인권 연구자들은 “12개국 국민이 입국조차 할 수 없는 나라에서 세계인 축제를 연다는 건 모순”이라며 “경기장에서 피부색 때문에 신분증을 요구받는 곳에서 축구가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는 말은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월드컵 예고편이라면, 보이콧보다 더 분명한 선택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