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불펜은 시즌 초 크게 휘청였다. 예상 못한 변수들이 모두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했다. 좌완 곽도규가 4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장현식의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조상우가 흔들렸다. 최지민이 반등하지 못했고, 꾸준하던 전상현까지 기복을 보였다. 마무리 정해영 홀로 분전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불펜 혼란은 5월 정점을 찍었다. 9회 정해영은 제 역할을 다했지만, 그 이전 이닝에서 계속 사고가 났다. 주축 불펜들이 계속 공략을 당했다. 5월 한 달 동안 KIA 불펜은 117이닝 동안 59실점 했다. 월간 불펜 평균자책 4.38로 압도적 꼴찌 키움(7.20)을 제외하고 가장 저조했다. KIA는 5월을 12승 1무 12패로 간신히 승률 5할을 지켰다. 12패 중 절반인 6패가 역전패였다.
그러나 6월 들어 KIA 불펜이 다시 안정세로 향하고 있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지난달 20일 정식선수로 1군에 올라온 성영탁이 8경기 무실점으로 크게 힘을 보탰다. 여기에 부진하던 주축들까지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조상우가 11일 기준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최지민은 1.2이닝을 던진 지난 7일 1실점을 제외하고 최근 5차례 등판 중 4차례 무실점 피칭을 했다. 지난달 말 4차례 등판 중 3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흔들리던 전상현은 6월에만 3홀드를 올리며 시즌 10홀드를 찍었다. KIA 구단 역사상 첫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 기록을 세웠다.
KIA 코치진은 이들의 구위 자체가 지난해와 비교해 떨어진 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시즌 초반 몇 차례 부진으로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침체가 길어졌다. KIA는 이들의 반등을 기다리며 필요한 재조정 작업을 했다. 볼넷으로 주자를 계속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던 최지민의 경우 큰 틀에서 투구폼은 유지하되 릴리스 포인트를 안정화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한 조상우는 그간 쌓아온 루틴을 최대한 지키면서 구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전상현은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기 살리기에 집중했다.


불펜진의 부진은 종종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누구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경기 후반 어려운 상황이 잦아지고, 그 부담이 다른 투수들에게 이어지면서 동반 침체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불펜 투수들 각자가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매 이닝을 보다 편안한 상황에서 맞이할 수 있다. 이동걸 KIA 불펜코치는 “불펜에서 실패가 나오다 보면 뒤에 올라가는 투수들도 어려움을 갖게 되고, 위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톱니바퀴가 맞기 시작하면 선수들 기분부터 좋아지고 준비하는 과정도 훨씬 간결해지기 때문에 경기에 나가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KIA 불펜이 ‘혼란의 5월’을 넘어 ‘안정의 6월’로 향하고 있다. 시즌 초반 반복되던 역전패가 뚝 끊겼다. 11일까지 KIA는 최근 15경기 8승 1무 6패를 기록했다. 경기력에 기복은 있지만 역전패가 단 1차례였다는 게 고무적이다. 지난달 25일 삼성전 2-3 역전패를 끝으로 이날까지 KIA는 선제 득점 경기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