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핵심 수익모델(BM)로 손꼽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수위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게임 산업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연이은 현장조사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관련 분쟁 발생 시 게임사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고 최대 세 배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는 법안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시장 위축으로 인한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게임사를 향한 삼각파도가 내년에 더욱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달 초 부위원장 주재로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 이용자를 만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사건을 접수받는 공정위의 게임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업계와 이용자 의견을 전해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올해 초 '메이플 스토리'를 서비스하는 넥슨이 '큐브'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며 116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컴투스, 그라비티 등 주요 게임사에 대해서도 확률 조작이나 소비자 기망에 대한 신고를 받고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21조2항 허위기망행위를 위반했다는 신고가 있어서 조사 나간 것”이라며 “공정위 본연의 업무로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지 않으면 불신이 쌓이는 만큼 게임산업을 억누르는게 아닌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문체부와 공정위가 동시에 제재에 나선 현 상황이 중복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자체 점검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사전에 안내한 후 시정과 보상에 나서더라도 '확률 조작' 게임사로 낙인찍히는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해 최근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이용자 손해 발생시 고의가 아님을 게임사가 입증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고의적 손해에 대해서는 최대 세 배 징벌적 배상을 도입한다.
게임업계는 급격한 규제 강화보다는 자발적인 개선과 신뢰회복을 통해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사 역시 확률형 아이템 B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플랫폼과 장르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콘솔 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개발자원이 투입되는 트리플A급 신작을 준비하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작업도 한창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환경 급변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도 장기적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보다는 산업 진흥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