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매킨리 대통령을 왜 이토록 추앙하는 걸까

2025-01-30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활용해 우리 나라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는 타고난 사업가였으며 파나마 운하를 포함해 테디(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위대한 업적을 가능하게 한 자금을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매킨리를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칭송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대륙 최고봉인 알래스카주 디날리산의 명칭을 매킨리산(Mt. Mckinley)으로 되돌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날 저녁 그는 ‘미국의 위대함을 기리는 이름 복원’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1897~1901). 매킨리가 어떤 대통령이었길래 트럼프가 이토록 극진하게 ‘오마주’를 보내는 걸까.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관세와 파나마 운하에 그 답이 있다. 매킨리는 미국 건국 100년 만인 1890년대 세계 패권국으로 부상하며 침략을 통한 영토 확장과 관세를 무기로 경제적 힘을 투사하며 팽창하던 미국을 이끌었다. 매킨리는 트럼프가 집권 2기에 꿈꾸는 미국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매킨리의 시대는 팽창주의

매킨리가 등장하는 행정명령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3조 a항의 내용이다.

“윌리엄 매킨리 25대 미국 대통령은 스페인-미국 전쟁에서 영웅적으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국가의 영토 확장을 포함해 급속한 경제 성장과 번영을 누렸다. 매킨리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며 미국의 산업화와 세계적 영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관세를 옹호했다.”

첫 문장에 등장하는 스페인-미국 전쟁은 1898년 발발한 전쟁으로, 이 전쟁 승리로 미국은 세계 패권 지위에 올랐다. 당시 대통령이던 매킨리는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침략해 미국 영토, 사실상의 미국 식민지로 만들었다. 하와이 왕국을 합병한 것도, 파나마 운하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친 것도 그였다. 유럽 열강들의 제국주의가 극심해지던 때, 미국도 고립주의를 벗어나 팽창주의 노선을 본격 띠기 시작했다.

두번째 문장의 서술대로 매킨리 통치 시기의 신생국 미국은 영토를 ‘확장’했다. 트럼프가 왜 그를 ‘롤모델’로 여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확보를 위해 무력 사용 옵션까지도 배제하지 않았고, 캐나다에는 관세를 위협하며 미국 51번째 주로의 편입까지 언급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인한 전운이 고조되는 지금의 세계 정세는 19세기말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지금 중국은 1898년의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왕’ 매킨리

매킨리는 세번째 문장에 나오듯이 고율 관세 정책의 신봉자이기도 했다. 하원의원 시절 그는 미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관세를 50% 수준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에 오른 뒤에는 관세 인상이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연방정부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도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관세를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관세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을 연장하려는 트럼프는 관세 등을 통한 수입이 재정 충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수입 관리를 전담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따로 두겠다고 하기까지 했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의 집권 2기는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공세가 밀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에는 팽창주의에 대한 추구와도 결합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두번째 대통령 취임을 놓고 “황금기(golden age)는 이제 시작이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미국의 황금기는 사실은 매킨리의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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