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퓰리처상 받은 한국계 다큐멘터리 거장 크리스틴 최 별세…향년 76세

2025-12-18

영화로 소수민족의 삶을 담아냈던 한국계 다큐멘터리 거장 크리스틴 최 감독이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최 감독이 지난 7일 암 투병 중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과 소외계층 문제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작품들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1989)는 1982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아시아인 대상 증오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일본인으로 오인당해 백인들에게 맞아 죽은 중국계 청년 빈센트 친 사건을 파헤쳤다. 최 감독은 이 작품으로 1988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국제다큐멘터리협회 최우수상과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았다.

최 감독은 작품 속에서 살인 사건을 술집 싸움에 비유한 가해자의 무감각한 인터뷰와 슬픔에 잠긴 희생자 어머니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며 미국 내 구조적 인종차별을 드러냈다. 영화는 2021년에는 문화·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기도 했다.

1949년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 출신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10세 때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에서는 서툰 언어와 중국계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는데, 한 가톨릭 성당의 도움으로 14세가 된 해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그는 과학자의 꿈을 안고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물리학과 건축학, 도시계획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반전 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던 그는 베트남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후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초 뉴욕의 급진적 영화 집단 ‘뉴스릴’에 합류한 데 이어 ‘제3세계 뉴스릴’과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 제작자를 위한 개발·상영 공간인 ‘아시안 시네비전’을 공동 설립했다.

첫 작품은 흑인 여성 문제를 다룬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자>(1974)로 국제흑인영화제에서 1등상을 받았다. 이후 중국인 이민 이야기를 다룬 <못에서 축으로>(1976), 남편에게 학대받는 여성을 그린 <사랑, 존경, 그리고 순종한다는 것>(1980) 등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제 평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 외에도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인사이드 우먼 인사이드>(1978),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다룬 <분단된 조국: 두 개의 한국>(1991),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그린 <사이구>(1993) 등 굵직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남겼다.

최 감독은 1988년부터 뉴욕대 티시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의 영화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망명자들>(2022)은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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