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원했던 도쿄행 티켓은 끝내 얻지 못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여정은 대만에서 막을 내렸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쓰라린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번 대회를 마친 것은 아니다.
축구 대표팀은 현재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그 중에서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필두로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KRC헹크) 등 소위 ‘2000년대생’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신선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야구 대표팀 역시 축구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생’들이 일으킨 신선한 바람이 조별리그 탈락으로 아쉬운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2003년생 김도영(KIA)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김도영은 프리미어12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섰다. 이미 대회 시작전부터 MLB닷컴과 WBSC 등이 프리미어12를 빛낼 스타로 김도영을 주목했다.
올해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하는 등 무시무시한 성적을 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예약한 김도영은 프리미어12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뽐냈다.
3-6으로 아쉽게 패했던 대만과 첫 경기에서는 1타점 2루타를 포함해 3타수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로 맹활약했고, 이어진 쿠바전에서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에 올랐던 리반 모이넬로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는 등 홈런 2개를 작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일본전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도합 6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지만, 호주와의 최종전에서는 쐐기 투런포를 포함 4타수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번 대회 성적은 17타수7안타(0.412), 3홈런 10타점, 1도루. 안타 7개 중 절반 이상인 5개(홈런 3개, 2루타 2개)가 장타였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 30개를 범했던 김도영이지만, 프리미어12에서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강한 타구를 수차례 잡아내며 약점까지 없앴다.
오승환(삼성) 이후 확실한 주인이 없는 ‘대표팀 마무리’ 자리에는 2003년생 박영현(KT)이 등장했다. 대만과 첫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던 박영현은 14일 쿠바전에서 9회 등판해 1이닝을 2탈삼진 퍼펙트로 막아냈다. 특히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볼카운트 0B-2S에서 던진 150㎞짜리 직구의 분당 회전수(rpm)가 무려 2588이 찍혀 화제가 됐다. 이후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1.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으며 한국의 대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그리고 호주전에서 9회초 마운드에 올라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3경기 3.2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고교 시절부터 160㎞에 가까운 강속구로 주목받았던 2004년생 김서현(한화)도 자신의 구위가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KBO리그에서는 기복이 다소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프리미어12에서 김서현은 150㎞ 중후반대의 묵직한 공을 쉴새없이 뿌려댔다. 박영현과는 달리 등판할 때마다 주자를 내보내는 등 불안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4경기 4이닝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보다는,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합류가 예상되는 2028 LA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도 이를 위해 ‘준비 과정’이었다. 아직 시간은 있고, 비록 슈퍼라운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얻은 것 또한 있다. 그 중에서도 이들 ‘2000년대생’들의 만점 활약은 고무적인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