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005930)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이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되는 것은 그간 적자를 보여온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공급 부족으로 유리해진 D램 시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반도체가 확실한 반등세에 올라탄 데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회복세를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전성기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엑시노스 2600은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 사업부가 협력해 만드는 삼성의 최선단 시스템 반도체의 결정체다. 해당 제품은 삼성전자의 최선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지며 통상 개발하고 시험 생산에 이르는 데만 수조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직전 세대 제품인 엑시노스 2500은 수조원을 쏟아붓고도 갤럭시 S25 탑재가 불발됐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는 올 상반기까지 각각 2조 원 안팎을 기록하며 삼성의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탑재하게 되면서 모바일 사업부의 비용도 급증해 수익성은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모두 엑시노스 2500 실패의 후폭풍인 셈이다.
엑시노스 2600 탑재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 추격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2나노 공정 고도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TSMC 시간표와 마찬가지로 연내 2나노 양산을 위해 막판 기술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상황이 쉽지 않다. 시장조시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TSMC에 분기 점유율을 70%까지 내주며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라는 대형 고객은 판을 흔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운드리는 산업 특성상 실제 고객사의 물량을 생산하면서 피드백을 수집해 공정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기술 고도화에 유리하며 이는 추가 고객사 확보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압도적인 파운드리 점유율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독점 구조 때문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뛰고 있고 이에 대한 고객사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당장 TSMC 기술력과 같은 수준을 달성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율과 기술력을 보여준다면 TSMC 고객을 흡수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테슬라 등과 맺은 것처럼 추가적인 2나노 생산 계약도 기대할 수 있다. 갤럭시 S 시리즈 기본 모델뿐 아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이 꿰찼던 최고 성능의 울트라 모델에도 엑시노스가 탑재된다면 이는 시장에 삼성 시스템반도체의 기술력이 올라왔음을 상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국내 인공지능(AI) 팹리스 기업인 딥엑스,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암브렐라, 일본 AI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 등의 2나노 칩 주문을 확보한 바 있다. 7월 테슬라와는 최대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주행칩 계약을 맺으며 빅테크 수주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안정화된 수율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나노를 전략 공정으로 낙점하고 향후 전장·서버 등 다양한 응용처에 최적화된 2나노 파생 공정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애플·퀄컴에 뒤처져 있던 엑시노스가 이번 신제품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며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향상된 성능을 증명하면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