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에 만든적이 있는 인쇄소에 가서 새로운 명함을 주문했다.위쪽에는 ‘김옥란유학원’, 가운데는 ‘김옥란’, 아래 왼쪽에는 아파트주소, 아래 오른쪽에는 전화와 팩스 번호를 넣었다. 그리고 새로운직원의 명함까지 만들어 달라고 했다.
“많이 발전했네요. 비즈니스가 점점 커지니 좋네요.”
인쇄소의 한국인 사장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다 명함을 만들어 주신 사장님 덕분입니다.”
내 사업의 출발은 명함에서 시작되었다. 유학생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만든 촌스럽기 그지없는 명함은 나를 한국 학생뿐 아니라 일본학생들을 포함해서 국제학생들에게 ‘밴쿠버의 이장’이 되게 만들어주었다.
학생들은 내 명함을 수첩에 넣고 다니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 걸어 왔다. 나는 명함에 목숨이라도 건 사람처럼 만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명함을 건네주었다. 한국 식당에 가서도, 일본 가게나식당에 가서도, 나는 꼭 내가 누구인지 알렸다.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만 나는 그렇게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려 나갔다. 택시 회사에서나 우체국, 백화점, 도서관 등에서 전화가 수시로 걸려 왔다. 손님이 놓고 간 분실물을 뒤져 보니 수첩에 내 명함이 꽂혀 있어서 연락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내가 직접 가서 찾아 당사자들에게 되돌려 주곤했다
[저작권자ⓒ 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