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붉은 명자꽃

2025-04-22

친구가 좋은 일 있다고 연태고량주랑 저녁을 샀다.

축하 건배를 주거니 받거니, 가슴도 얼굴도 붉게 뜨거워지고, 지갑을 열어 수고비를 주고 이름표를 보니 “명자”씨!,

말 많은 아재는 4월의 명자꽃은 장미과로 진분홍색으로 오밀조밀 피어 곱고 향기로운, 공-맹자처럼 스승에 붙이는 자(子)를 붙인 꽃, 꽃말처럼 ‘겸손’하라고? 산당화(山棠花)라고도 또 처녀를 설레게 하여 ‘아가씨나무’라고도 부르고, 이 꽃을 보면 바람난다 하여 집안에는 심지 못하게... 어떤 이는 요염하다, 어떤 이는 순박하다, 어떤 이는 청순하다 말하는 꽃이라 너스레를 떨었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옆집에 살았던 나훈아의 자야자야~ ‘명자’는 탈북민이고 또 그때의 처였던 김지미의 본명이다.

2차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던 다른 친구가 노래방으로 끌었고 상호를 보니 “명자 7080”이고, 사장님 이름이 명자냐고 물으니 명자꽃이 좋아서 그리 작명했단다.

그래서 말 많은 아재는 “명자”인 “아끼꼬”에 대해서... 싫어도 거부할 수 없는 게 역사이듯이, 당신의 집에는 ‘자(子)’자 이름을 가진 분이 없으시지요? 저희 집 누님 4분 모두는 이 자를 갖고 있고 그래도 저는 부모님을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순-미-옥, 정-영-숙, 내-복-명, 월-말-경, 길-애자... 있답니다.

일제의 창씨개명(1939), 당시 조선인의 80% 이상이 개명을 했는데 거부하면 자녀들에게는 입학이, 기관에 취업이 안 되었으니 당신이 부모였다면?

광복! 일본에서 흔한 미치꼬, 나미꼬, 아사꼬 등 ‘꼬(子)’자를 부랴부랴 ‘~자’로 바꾼 것, 슬픈 역사도 역사인 것은 그것을 되풀이 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점점 혀가 “아끼꼬”에서 “아끼고”로, “아나바다” 운동처럼 여기서 “음주+가무”를 아낀다면 단골이 아니겠지요? 하고는 또 금영 노래방 #862(동행)를 불렀다.

계절은 스스로 무채색의 겨울을 밀어내는데

특히 봄비 맞은 명자꽃은

송장배미의 총 맞은 농민들의 피처럼

서러움 속에서도 소망을 놓지 않은 민초들의 작은 심장들처럼

쿵쿵쿵

작지만, 진하고 강하게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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