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A씨 "구매 고객에 더 많은 기회 주는 것 불공정" 지적
이은희 인하대 교수 "채용 담당자에 올바른 정보 제공 못 해"
채용 규모 지속 감소...B2C 늘리기 위해 이력서 강조 상품 판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HR(인적 자원) 업계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거래를 늘리기 위해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상품 효용이 떨어지는 데다 공정성 문제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 "이력서 강조 상품, 공정성·실질적 효과 없어"...취준생 불만 고조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이란, HR 플랫폼에서 구매 고객의 이력서를 채용 담당자에게 최우선으로 노출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부터 두 달간 해당 상품을 구매한 1500명의 평균 수치를 조사한 결과 이력서 열람 수가 평균 8배 늘었으며, 인사 담당자 제안 수는 평균 3배 늘었다.
그런데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아닌, 상품을 구매한 취업준비생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공정하냐는 의견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A(27)씨는 "내 이력서의 핵심 영역을 우선 노출하든, 이력서 열람수를 늘려주든 결국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돈을 더 쓰라는 뜻 아니냐"며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의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취업준비생 B(26)씨는 "(해당 상품을) 몇몇 플랫폼에서 보긴 했는데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다"며 "이력서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직을 준비 중인 직장인 C(30)씨도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을 굳이 사야 할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이력서를 많이 노출시키는 게 양질의 채용 기회를 제공하진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업계에서조차 채용담당자와 취업준비생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업계 담당자는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은 플랫폼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취준생뿐만 아니라 채용 담당자들도 HR 플랫폼의 주요 이용 고객"이라며 "해당 상품은 더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 채용 담당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그것은 HR 플랫폼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B2C 늘려야 산다...이력서 강조 상품 판매 늘리는 HR업계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HR업계에서는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5월 상품 출시 당시 사람인은 '이력서/자소서' 카테고리 내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사람인 스토어에서 해당 상품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상품 판매 경로를 확대했다.
사람인 측은 "취업준비 포털로 여러 취업 준비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기 위해 상품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잡코리아도 이력서관리 카테고리에서 '이력서 강조상품'이라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처럼 HR업계가 이력서 강조 상품에 신경 쓰는 것은 B2B(기업 간 거래) 실적이 떨어지는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60.8%였다. 해당 수치는 72%를 기록했던 2022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HR업계의 주요 고객인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면서, 이력서 하이라이트 상품을 포함한 B2C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고, 자연스럽게 B2B 중심의 공고 게시나 광고 매출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입장에서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B2C 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