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들은 말한다
필리프 복소 지음 | 최정수 옮김
민음사 | 276쪽 | 1만8000원
CSI 시리즈 등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타이벡 보호복을 입는다. 보호복을 입은 모습이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속 귀신처럼 보여 드라마나 영화의 배우들이 입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호복을 입고 몇분만 지나도 사우나에 있는 듯 땀이 흐른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범인이 남긴 머리카락이나 섬유 한 올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벨기에 법의학자인 저자는 “흔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30년 동안 경험한 사건들 중 그런 경우는 세 건뿐”이라고 했다. 그는 “범죄 현장에서 매번 흔적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라며 결국 사건 해결은 수사의 역량에 달렸다고 설명한다.
살인 사건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사람의 죽음을 매일같이 맞닥뜨리면 즐겁지 않을 것이다. 책은 여러 현장에서 겪은 저자의 오랜 경험을 극적인 각색 없이 소개한다. 다만 어떤 죽음은 그 자체로 자극적이기 때문에, 읽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뿐 아니라, 법의학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알 수 있다. 부검은 가설을 세워 연역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흔적과 단서를 수집해 절대적으로 귀납적이어야 한다. 편견을 피하기 위해 두 명씩 짝을 이뤄 부검을 해야 한다. 고인을 존중하는 것은 시신을 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검을 통해 고인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관련된 지식들도 알 수 있다. DNA로 누군가를 식별하려면, 시신 외에 칫솔이나 베개 등에서 비교할 수 있는 DNA를 함께 추출해야 한다는 것, 오랜 숙고 끝에 삶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한 사람에겐 경고성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밝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