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 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사실상 업비트를 저격하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하철 역사 내 채용 광고물에 '업' 했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당신, 더 '빛'나는 가능성을 만날 지금'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업'은 파란색, '빛'은 노란색으로 표시해 각각 업비트와 빗썸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공지사항과 홍보 영상에서도 업비트를 겨냥한 듯한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빗썸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거래소 이동 지원금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업비트를 깎아내리는 용어인 '노(NO)비트' 로고가 노출됐다. 현재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필수 서비스 이용 홍보 공지사항에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투자자를 나타내는 B 그래픽을 경쟁사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자사 서비스 이용 시 혜택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빗썸 장애율 관련 공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오전 업비트에서 2시간 넘게 거래 장애가 발생하자, 같은 날 오후 7시 10분 빗썸이 장애율 관련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해당 공지에서 빗썸은 “2025년 장애율 0%를 선언한다”며 “3년간 노력으로 2024년 서비스 거래 지연 장애를 3건으로 줄여 2021년 34건 대비 90% 감소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나아가 서비스 장애 발생 시 100% 피해 보상 추진 의사도 밝혔다. 현재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빗썸 관계자는 “업계 경쟁을 과열시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삭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인게코에 따르면 24시간 거래량 기준 빗썸 시장 점유율은 24%를 기록했다. 업비트는 73% 수준이다. 빗썸 시장 점유율은 2023년 10%대에서 지난해 10월 30%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20%대로 주춤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간 과도한 경쟁은 지양해야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경쟁은 수수료 인하, 보안 강화, 시스템 안정성 제고 등 투자자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경쟁이 투자자 보호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