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타짜만 들어오세요. 인생 뭐 있어! 상(상한가) 가면 대박이고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치면 한강가면 되지!'
'삼십(만원) 먹었는데 이걸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거침없는 이 글들은 주식 리딩방 메시지가 아니다. 17일 하루 동안 18.8% 하락한 하이트론의 토스증권 종목토론방(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토스증권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능이 최근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토스증권은 2021년부터 종목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자산 규모에 따라 '자산가', 해당 종목을 실제 보유하고 있을 경우 '주주' 등이 표시되고, '팔로우-팔로워' 기능도 있어 특정 유저의 팔로워가 500명 이상일 경우 '인플루언서' 배지를 달아 준다. 커뮤니티 글에 수익률도 인증할 수 있다. 기존 종목토론방에 없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치 '주식 투자판 SNS'라고 느껴진다.
토스증권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핵심 무기 중 하나로 삼은 듯하다. 토스증권 웹트레이딩시스템(WTS)에 접속하면 거래대금·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순서대로 표시한 실시간 차트가 먼저 보인다. 스크롤을 내리면 현재 시각 기준 '인기 급상승 커뮤니티'가 제시된다. 작성 글 수·등락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기가 많았던 5개 종목의 토론방이 노출된다. 테크 기업들이 사용자 환경·경험(UI·UX) 향상을 위해 애플리케이션과 웹 첫 화면에 큰 공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커뮤니티 기능은 3년 차 신생 증권사를 폭풍 성장시킬 만큼 효과적이었다. 커뮤니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2월 180만명을 돌파했다. 연초 대비 150% 증가한 수치로,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연초 대비 약 2배 늘어난 75만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공개된 실적을 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연간 목표 영업이익의 2배를 9개월만에 거뒀다. 증권사 중 독보적인 커뮤니티 기능으로 토스증권은 플랫폼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투자자들은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 요소다.
다만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와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투자자가 토스증권에 접속하면 관심 종목보다 급등주가 먼저 노출되고, 해당 종목 커뮤니티에선 수익 인증글이 보인다. 수익률이 절대 가치인 주식시장에서 이런 흐름은 뜻하지 않은 추종거래를 일으킬 수 있어 부적절하다.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 사이에선 "도박장이 따로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스증권이 투자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다크패턴을 설계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커뮤니티 기능이 원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고 충분히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네이버를 포털 1위로 자리 잡게 한 핵심 기능이었지만, 여러 번 서비스 보완을 거쳤어도 대중 관심사를 정보로 제공한다는 기존 취지보다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커뮤니티 서비스 이용약관을 개정해 '투자고수' 용어를 '특정 커뮤니티 회원'으로 바꾸고, 해당 배지를 삭제했다. 토스증권 스스로 서비스 보완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득보다 실이 많아져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길 바란다. 이대로라면 부작용은 방치한 채 사세 확장만 즐기는 모습으로 해석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