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장성 전원 교체? 위기 대응에 구멍 우려

2025-11-10

진영승 합참의장이 합참 근무 장성 전원(30여명)을 교체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표면상으로는 합참 내부의 인적 쇄신 차원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정권 차원의 신호나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충격적 방침은 단순한 인사 개편이 아니라 정치와 군의 관계, 문민 통제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중대한 문제다.

인적 쇄신 명분으로 내걸겠지만

군 지휘체계 연속성 흔들릴 우려

제도·문화 개혁하는 문민통제를

이번 조치는 군을 잘못 이용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군의 충성은 개인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에 귀속돼야 함을 다시 일깨운 사건이었다. 이번에 합참은 장성 전원 교체 방침에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을 붙이고, 겉으로는 문민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력과 전문성의 경계가 흔들릴 조짐이다. 군 인사는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정화인지 장악인지는 전원 교체 인사 자체보다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인사를 단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민통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군이 국민의 통제를 받되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다. 그 본질은 정권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헌정 질서에 근거한 통제이며, 정치적 편향이 아니라 법과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인사가 군의 정치화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쇄신이라면 물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위적인 충성의 잣대를 세우고 정치적 코드 인사로 군의 상층부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면 그건 문민통제가 아니라 퇴행적 문민지배다.

군은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이어야 한다. 군의 중립성이 무너지면 안보의 연속성도 흔들린다. 합참은 한·미 연합작전과 전략기획의 중심축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고, 한·미 동맹의 신뢰가 도전받는 이런 험난한 시기에 합참 장성 전원을 일시에 교체한다면 지휘체계·연합훈련·정보계통에서 상당한 공백이 생길 우려가 높다. 지휘체계의 연속성이 무너지고, 정책의 전문성이 사라지며, 군의 사기와 명예가 흔들릴 수 있다.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신뢰와 연속성 위에서만 작동한다. 주한미군과 한·미 연합사 측면에서 보면 합참 장성의 전원 교체는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함을 뜻한다. 전투태세를 다시 갖추는 데에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제기된다. 상호 운용성과 신뢰가 흔들리면 동맹의 억제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문민통제의 작동 방식이 시대 변화에 걸맞게 진화하지 못하는 점이다. 오늘날의 문민통제는 단순히 군을 통제하는 차원을 넘어 민과 군이 함께 국가안보를 설계하는 통합적 거버넌스로 발전해야 한다. 군의 전문성이 존중받을 때 정치의 군 통제도 실질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가 통제만을 강조하고 군의 자율성을 억누른다면, 군은 책임 있는 판단 대신 정치적 눈치 보기라는 안전한 선택에 몰두하게 된다. 그 순간 억제력은 약화하고, 위기관리의 골든타임이 사라진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고도의 복합위기 속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미·중 전략 경쟁, 기술 패권 경쟁 등은 이제 군사적 판단을 넘어 전략적 통합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군의 역할은 단순한 명령 수행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설계자로 확장돼야 한다. 합참 인사 쇄신이 진정한 문민통제로 이어지려면, 군이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치로부터 독립된 제도적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국가의 문민통제가 성숙하는 길이다.

국군은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다. 진정한 쇄신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를 개선하는 일이다. 따라서 합참 인사가 신뢰와 지지를 얻으려면 교체 기준과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략·연합·기획 역량 중심의 전문성 인사를 단행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문민통제는 군을 길들이는 도구가 아니라 군이 민주주의의 품격 안에서 헌신하도록 만드는 균형의 장치다. 정치는 방향을 제시하고, 군은 국가를 지킨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민주적 통제가 완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적 청산이 아니라 리더십 철학의 변화다. 군의 자존은 국가의 품격이며, 그 품격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의 뿌리도 함께 흔들린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병석 평택대 특임교수·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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