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서] 규제가 레거시 미디어의 브랜드가 된다면

2025-02-1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백악관 기자실을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에게 개방했다. 백악관 브리핑 룸이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 뿐만 아니라 ‘뉴 미디어’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갤럽의 2024년 조사에 의하면 ‘매스 미디어’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30% 대로 떨어졌고,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과 청년층의 신뢰도 감소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학자들은 한 때 지금의 매스 미디어도 뉴 미디어라고 분류했다. 이제 매스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가 되었고, 더 ‘뉴’한 뉴 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별화하거나 죽거나(differentiate or die). 브랜딩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경구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경구였다고 한다.

레거시 미디어도 차별화해야 한다. 뉴 미디어를 모방하고, 뉴 미디어와 같은 차원에서 더 높은 스코어를 내려고 하기보다, 뉴 미디어가 안 하는 것을 해야 하고, 뉴 미디어가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표어로부터 한 번도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컨셉은 의심스럽다. 정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제마저 동일하게 받는다면, 차별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레거시 미디어가 규제의 무게를 내려놓고 뉴 미디어와 같은 체급에서 뉴 미디어의 방식으로 경기를 하면 뉴 미디어를 이기리라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레거시 미디어만 받는 규제 중 많은 것은 해롭지만 어떤 것은 이롭다. 더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규제들은 레거시 미디어의 ‘차별성’이 될 수 있고,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 보도의 피해자들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에 대하여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언론기관에 대하여는 선거기간에 보다 신속한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선거기간에는 선거기사심의위, 선거보도심의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한 규제도 받게 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뉴미디어는 받지 않는 규제를 받으며 플레이 하려니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뉴미디어의 소비자들은 누리지 못하는 “애프터서비스”(A/S)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상품”의 브랜드 형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이 “A/S” 시스템을 권력에만 혈안 된 위정자들이 언론장악의 도구로만 악용하며 망쳐 왔다.

‘레거시’라는 말에는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뜻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물려받은 규제는 ‘상속재산’이기도 하다. 그 중 어떤 것은 레거시 미디어의 브랜드의 재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규제’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상속포기를 선언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기였다. 할리우드 콘텐츠와는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건전한 콘텐츠라는 점이 ‘차별화’의 요소가 되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중동의 검열관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엄격했던 우리의 내용 심의 제도의 결과다. 내용검열이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규제에서도 브랜딩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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