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시민들이 민주주의 구한 것, 민주주의 공고함의 상징”

2025-02-13

민주주의자는 민주주의를

과정과 결과로서 지키지만

독재자는 의도로만 앞세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민주적 절차가 생략돼 버린

가짜 민주주의 극명한 사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연구해온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극우에 기대고, 심지어 선동하는 것을 두고 “지금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건 주류에서 밀려나서 비주류·소수화되는 사람들의 행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역사인식이 주류화·대중화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가 기로에 선 건 맞지만, 내란 우두머리인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금했다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 공고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계 일부에서 우리 사회가 극우 파시즘의 문턱까지 진입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김 교수는 굳건히 전진해온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믿는다고 했다.

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민주주의 한국사’ 3부작의 마지막 권인 <모두의 민주주의>(책과함께·사진)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낙관적 시각과 기대를 읽을 수 있다. ‘민주주의 한국사’는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우리 근현대사를 민족주의·민중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도정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한 시리즈다.

예컨대 이 관점에 서면 독립운동은 일제의 군사독재형 식민통치에 저항한 민주주의 운동으로 해석된다. 전봉준으로 상징되는 인민과 김옥균으로 상징되는 개화파의 대립도 “안으로부터 빚어낸 민주주의와 밖에서 들여온 민주주의를 버무려 하나의 민주주의 역사를 완성해간 근대인 궤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가짜 민주주의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자는 ‘의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반면, 민주주의자는 과정과 결과로서의 민주주의에 주목한다”며 “‘나는 이러이러해서 민주주의자’라고 강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민주적 절차를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진짜 민주주의자”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민주적 절차가 생략된 가짜 민주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일 국교 반대 시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1964년 6월3일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선포하기에 앞서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 미국대사와 해밀턴 하우즈 유엔사령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절차를 통해 일말의 정당성이라도 찾으려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래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외견상 극우보수 세력 결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2월3일 이후 ‘이걸 민주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라고 날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긍정적 인식 때문에 주변에서 자신을 ‘신경안정제’라고 부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후기에는 못 썼지만 ‘시민의 힘’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매번 시민들이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냈다는 것이야말로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는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며 한국인의 삶과 사유를 지배하는 문화로 뿌리내렸다”면서 “민주주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절대 가치이자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을 판별하는 기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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