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길어봐야 일주일, 열흘 내로 (검찰 수사) 결론이 날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 토크콘서트: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다'에서 '유력 정치인 모두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대학생의 질문을 받고 "이제 수사 막바지"라며 이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질문을 받은 직후 "왜 웃으세요? 명태균 생각하며 웃었죠"라고 농담을 건네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오 시장은 "하여튼 등산을 해보면 (산에)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다"고 운을 뗐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견제가 세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며칠 전에 제가 아주 망신살이 뻗쳤다. 압수수색도 당하고 그랬다"며 "그러면 이제 마무리하겠다는 수순이다. 그렇게 해놓고 수사 결과를 발표 안 하면 그건 진짜 정치 검찰"이라고 했다. 그는 "뉴스를 다 믿진 말라. 명태균이라는 사람은 숨 쉬고 밥 먹는 거 빼고는 다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오 시장은 "오늘 오면서 보니까 (명씨가) 나를 3월달에도 봤다나 그런 뉴스가 지금 떠 있는데 거짓말"이라며 "다행인 것은 이 사람은 모든 걸 녹취하는 사람이다. 녹취한 게 없으면 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살면서 그런 진리를 이번에 배웠다. 옷깃도 스치지 않아야 될 사람이 있다"며 "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겠다고 오는 사람들 거의 90%는 사기꾼이라고 보면 된다"고 명씨를 겨냥했다. 이어 "어떤 사람에게 찾아오겠나. 될 것 같은 사람을 찾아온다. 그래야 되고 난 다음에 돈을 요구하든 자료를 요구하든 실속이 있을 거 아닌가"라며 "'서울시장을 내가 만들었다' 그런 허풍이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연금개혁안 논란에 대해선 "최근 모수개혁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많은 청년들이 반대하고 몇몇 유력 대권주자들도 다시 하란 입장인데 저는 언급을 안 하고 있다"며 "연금개혁은 한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다. 수정·보완하면서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이번에 모수개혁을 한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생각한다. 27년 만에 했다.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정권도 안 했다"며 "이거 하고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잖나"라고 했다. 그는 "그것도 하지 마라고 그러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또 모수개혁, 구조개혁 얘기를 다시 할 건데 그게 과연 지혜로운 상황 관리인가"라며 "지금 통과된 모수개혁이라도 일단 진일보한 것이니 흡족하진 않지만 일단 해놓고 또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 학생은 자신을 오 시장 지지자라고 소개하며 "시장님을 보면 되게 '너드(Nerd·괴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정책들에 애정이 많으셔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조기대선이 펼쳐진다면 유력 대권주자이신데 상대가 굉장히 악랄한 상황이다. 여기서 (오 시장이) 삐끗하면 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 시장이 대통령이 돼야 된다고 강력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선거에서 이기는 건 무슨 강력한 캠페인이나 어떤 공격력이나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국민들이 굉장히 무서운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의 평소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 굉장히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준표형(홍준표 대구시장)은 재미있게 사안마다 다 코멘트를 하는데 저는 보통 때는 조용히 일만 하고 존재감이 없잖나. 하지만 저는 일단 선거가 시작되면 저 같은 사람이 무서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제가 오늘 한시간 동안 제가 가진 비전을 설명했는데, 전 자신 있다. 이런 얘기 와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물론 포퓰리즘적으로 반응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 지켜볼 것이다. 저는 그런 믿음으로 정치를 한다"고 했다.
특히 "(조기대선) 당내 경쟁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당내에선 이겨줄 후보를 찾는다"며 "'속 시원한 정치인'과 '일 잘할 정치인'은 다르다. 우리 국민들이 그걸 구분한다고 저는 믿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범생이처럼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강연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 파기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어제 판결이 상식적이고 정당한 판결인지, 무리스러운 요소는 없었는지에 대한 국민 모두의 판단이 있는 만큼 혹시라도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유권자들의 표에 의해서 반영이 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생각한 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아무래도 헌법재판관님들 사이에서 법률적인 결론이 쉽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형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인용될 확률은 조금씩 더 낮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오 시장은 영남 지역 산불 지원을 돕기 위해 28일 경북 안동 현장에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