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과 소년공 대통령

2025-06-11

2002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아동의 발달과 건강을 해치는 아동노동 금지를 위해 6월 12일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로 제정하였다. 아동 노동자의 힘겨운 현실을 알리고, 정부와 고용주 및 시민사회의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필요 조치 강구를 환기함이 본 취지다.

세계 아동노동 현황 조사(2020, ILO-UNICEF 공동)에 따르면 약 1억 6000만 명의 아동이 노동에 종사 중이이며, 7900만 명의 아동은 건강 및 안전을 보호받지 못하는 위험한 노동(건설, 제조, 채굴 등) 현장에 노출돼 있다.

아동노동에 관한 ILO 기본 협약은 두 가지다. 제138호는 취업 최저 연령에 관한 협약이며, 제182호는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금지와 근절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에 관한 협약이다. 작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주제인 “우리의 약속을 지키자: 아동노동을 종료하자!”는 ILO 회원국 전체가 비준한 협약 제182호의 채택 25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아동노동은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특히 심하다. 방글라데시는 법으로 아동노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170만 명의 아동이 노동에 종사 중이며(2022 통계), 그중 106만 명의 아동은 자동차 수리, 용접, 제조업 등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한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의 70% 정도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이뤄지는데, 카카오 농장에서만 일하는 어린이가 150만 명을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저임금을 받으며 카카오 열매를 따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등 위험한 일을 하는데, 일부 인신매매로 끌려온 아동은 임금마저 못 받는다. 그야말로 노동착취다. 초콜릿이 ‘검은 눈물’이란 별칭을 갖는 이유는 이처럼 검은 대륙 어린이들의 눈물이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아동노동이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은 보호자의 낮은 경제력, 교육 접근성 부족,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며, 아동노동이 심각한 이유는 아동이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권과 교육권, 행복권,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까지 송두리째 빼앗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중소기업 현장실습 중 투신해 크게 다친 특성화고 학생이 사고 발생 8년 만에 산재로 인정받은 판결이 올해 1월 있었다. 판결문은 원고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2017년 11월 제주도 한 공장에서 특성화고 남학생이 작업 중 기계에 목 부위가 끼는 사고를 당해 열흘 만에 숨졌고, 같은 해 1월엔 우리 지역 콜센터 현장실습생이 졸업을 며칠 앞두고 자살하는 비극이 있었다. 이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가 ‘다음 소희’다.

‘소년공, 대통령이 되다’란 어느 기사제목처럼 새롭게 취임한 우리나라 21대 대통령은 중학교 입학과 또래들이 누리는 일상의 행복을 포기한 채 공장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소년공 출신이다. 염산과 납, 붕산으로 땜질하는 일을 했고, 고무벨트에 손가락이 말려들어가는 사고와 프레스기에 왼쪽 손목이 끼어 골절을 입는 등 두 번의 산재를 겪은 이후 장애판정까지 받았다.

누구보다 노동자와 아동의 생명과 안전 및 정당한 권리를 지켜줄 분이 대통령이 되었다. 국민주권정부는 ILO 제138호 협약 위반으로 판단 받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의 개선, 공감·공존·연대의 가치 내재화를 위한 세계시민교육 강화 등에 힘써 모두의 내일이 행복한 좋은 나라 만들어주길 바란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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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소년공 대통령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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