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출상품 되레 범죄 악용
“서류 대신 꾸며주겠다”며 접근해
수수료 목적 한도 높은 대출 유도
‘본인 간편신청’ 모르는 청년 많아
‘빠른 대출’ 등 광고 문구에 현혹
관련서류 위조사건 5년간 232건
소득이 없는 무직 청년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도 안전하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 대출상품이 있다. ‘햇살론 유스’는 그중 하나다. 햇살론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불법 중개업체를 이용했다가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본인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는데도 이를 모르거나 ‘빠른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에 혹해 업체를 이용하게 되는 식이다. ‘불법 사채’ 대신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라고 만든 대출상품이 도리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7일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햇살론’ 대출신청 서류 위조 관련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232건에 달했다. 2020년 24건, 2021년 68건, 2022년 67건, 2023년 49건, 2024년 24건으로 편차가 있지만 연평균 46.4건꼴이다. 죄명은 불법 대출중개업체 직원이면 ‘사기’, 이를 통해 대출을 시도한 이는 ‘사문서위조’였다.
이들 사건은 대출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나 학생, 당장 돈이 급한 신용불량자 등이 불법 대출중개업체를 이용하면서 벌어졌다. 업체들은 한도가 높은 대출을 받게 해 더 많은 수수료를 뜯어낼 목적으로 ‘근로자 대상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서류를 꾸며주겠다’는 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서영효 판사는 불법 중개 업체를 이용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사회초년생 A(21)씨에 대해 지난달 14일 형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에서 대출 광고를 보고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재직증명서와 급여 계좌 거래내역,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을 위조해 한 지역 새마을금고로부터 700만원을 대출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이 다른 사기 대출 사건과는 다르다고 판시했다.
서류를 위조한 건 같을지 몰라도 피고인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 판사는 “초범, 자백·진지한 반성, 피해 회사와 원만히 ‘합의’하고 대출금 ‘전액 상환’한 점, 범행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 연령이 아직 어린 20대 초반인 점과 직업, 학력, 가족관계, 건강상태,‘ 경제형편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제도와 현실 사이 간극도 있다.
무직자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신용카드 연체, 학자금 대출 체납, 대부업 이용 등 기존 채무 이력이 있으면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신청자 입장에서는 자격요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게 거절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주의를 당부하는데도 불법 중개업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이 틈을‘ 노린 중개업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곳곳에 광고를 건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무직자·저신용자도 100% 승인 보장’, ‘한도 최대 보장’이라는 문구에 현혹되고 만다. 처음엔 대출받는 방법을 상담해주겠다고 접근하고선, 부결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조장해 중개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수법도 있었다.
불법 중개업체를 이용했다가 뒤늦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선 변호사를 찾는 이들도 많다.
한 금융범죄 전문 변호사는 “최근 햇살론 대출중개업체를 통해 대출을 신청한 이들이 ‘경찰서에 불려가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좋은 제도를 마련해 놨는데도 정보 부족이 불법적인 대출 브로커 시장을 키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