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17일 취임식에서 "국민연금을 청년 공공주택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금 전문가들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저의 오래된 꿈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국민연금이 심각한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내 집 마련 후로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왜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심각한 한국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공공주택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여 인구 절벽을 극복하고 연금가입자를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네덜란드의 예를 들었다. 주택의 40%가 사회주택이고, 이의 70%를 연기금이 투자해 건립했다고 한다. 모든 국민에게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싱가포르 사례도 들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와 협의한 바 없다. 이사장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투자 결정 권한이 없다.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가 결정한다. 다만 국민연금법에 노인·아동·장애인 복지시설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기금 운용 지침에는 매년 신규 여유 자금의 1% 내에 복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있다. 단 수익률 등 요건을 충족하고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복지부는 20여년 전 노인시설 투자 등을 검토했으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주택 건설은 국가 재정으로 할 일이다. 국민연금을 쓴다는 것은 수익성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현재 연금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수익이 나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그걸 갖다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금 기금은 미래 세대에게 돌려줄 가입자의 자산인데, 그걸 재정사업에 쓰자는 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도 "공공주택 투자는 수익성이라는 기금운용의 기본원칙과 부딪힌다. 그나마 최소한 국채 금리 정도의 수익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복지 지출하듯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자를 받을 것이라면 LH가 공채를 발행해서 자금 조달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연금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 더 낫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취임사에서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더 높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 다변화하겠다"며 "한국이라는 좁은 연못에서 나와 오대양, 6대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홈플러스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위탁운용사가 투자한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기금 투자와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투자 전 과정에 ESG 요소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여 기업의 장기 가치를 높이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도록 수탁자 책임 활동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154조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치매신탁 사업을 시작해 재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제19대, 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지냈다. 2017년 11월~2020년 1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재직 중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에 그만뒀다. 연금공단 소재지인 전주 병에서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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