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0% 늘며 160조 육박
불어난 대출 감당하느라 수요↑
시장 자금 흡수 부작용 우려도
국내 5대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끌어모은 돈이 16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100조원 넘게 불어난 대출을 감당하려다 보니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 탓으로, 이 과정에서 은행채 발행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은행채가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대출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채권 부채는 총 157조6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26조4983억원) 늘었다. 이는 기존 사상 최대였던 2022년 3분기 말(156조3576억원) 기록을 2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채권 잔액이 44조818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0.5% 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였다. 국민은행 역시 33조266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9조1711억원으로 각각 8.0%와 16.5%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농협은행도 25조3361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5조569억원으로 각각 17.5%와 14.6%씩 채권 잔액이 늘었다.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린 건 그만큼 대출의 몸집이 가파르게 불고 있어서다. 대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많아지다 보니 은행채를 확대하고 있다는 애기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 달 말 기준 원화 대출 잔액은 총 1584조43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104조1634억원) 늘었다.
이처럼 은행채 발행이 많아지다 보니 관련 채권 금리도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3.292%로 한 달 새 0.09%포인트(p) 올랐다. 10년 만기 은행채 금리 역시 3.665%로 같은 기간 대비 0.086%p 높아졌다.
은행채가 쏟아질수록 불안해 지는 건 우선 일반 기업들이다. 초우량 채권인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비우량 채권은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어서다. 연말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던 기업들 입장에서 은행권의 채권 발행 확대가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은행채 발행이 몰렸던 2022년 말은 금융권에 유동성 위기론이 팽배했을 때였다.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 은행채가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아울러 문제는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 이자율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채와 같은 금융채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이자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출 원가가 비싸지니 판매 가격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은행채 발행량에 비해 금리 자체는 안정적인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이대로 은행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연말 자금을 구해야 하는 기업과 은행 대출을 받는 이들에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