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세력의 준동이 한창이다. 윤석열 체포·구속을 방해하고자 한남동에 모이더니 서부지법을 침탈했고, 이후 점입가경의 행보를 보인다. 세이브코리아는 지난달 15일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저주와 증오의 언어를 퍼부어 광주를 모욕하려 했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는 지난달 17일부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며 주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극우 유튜버와 시위대는 이화여대로 난입해 학생의 멱살을 잡거나 상처를 입혔다. 실패한 내란을 이어가 재기하려는 극우세력들은 사회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경찰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서울경찰청은 전담팀을 꾸려 전광훈 및 극우조직 수사에 착수했으나 구속도 수사도 지연되고 있다. 문 대행과 주민들이 극우세력에 위협당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시위를 통제하지 않다가, 지난달 26일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고 난 뒤에야 집회 제한 요건을 통고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극우세력의 이화여대 난입이 예상됐음에도 경찰은 소극적으로 대처해 일을 키웠다.
이것은 집회의 자유 보장과 거리가 멀다. 서부지법에 이어 극우세력은 문 대행의 자택 인근이라는 사적 공간을 침입하고, 전국 대학 캠퍼스를 다니며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공적인 의사 표현이 아닌 개인과 집단을 향해 집단괴롭힘과 린치를 자행하는 것이다. 극우세력의 폭동으로 경찰관마저 부상을 입었음에도, 마치 학교폭력을 방관하는 교사처럼 경찰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현재 윤석열의 ‘옥중인사’로 내란세력의 반격이 진행 중이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연루 및 내란 중요 종사자 혐의를 받는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파견직 경찰관들이 최근 경찰 고위직으로 영전했다. 정부 초기 설치된 행안부 경찰국의 인사권이 활용됐다. 이에 ‘친윤 경찰’ 알박기 인사로 경호처 비화폰 확보 등을 저지해 내란 수사를 ‘관리’하고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는 시위대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지난달 24일 남태령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 간부들을 미신고 집회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의 안지중 공동운영위원장, 양경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불법 시위 딱지를 붙이던 관행의 반복이다. 탄핵시위대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1차 탄핵안 부결에 승복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폭동과 난동을 일으키는 극우세력을 방관하면서, 정작 탄핵시위를 가로막고 여전히 ‘차를 빼지 않고 있다’. 남태령의 ‘말벌 동지’는 교통혼잡과 불법 시위의 원인이 정당한 시위를 가로막고 불법화한 경찰이라고 말했다. 과연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가.
지난달 25일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장순욱 변호사는 오염된 헌법의 언어가 원래의 숭고한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헌법의 언어가 아름답고 숭고하려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헌법을 제 언어로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의 언어는 자의적으로 불법을 판가름하는 경찰의 저지선을 넘어, 말벌의 날갯짓을 따라 이동의 자유를 말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는 동덕여대에, 성폭력에 맞서다 해임된 지혜복 교사에게 이르러야 한다.
내란의 진압은 탄핵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의 언어를 다시 읽으며 기울어진 관행을 바로잡고, 내란 동조자의 인적 청산까지 나아가야 한다. 당장 경찰은 12·3 내란에 가담했고, 서부지법에서 안일한 대처로 경비에 실패했다. 앞으로 경찰은 무너진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곧 있을 헌법재판소 판결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경찰은 예고된 ‘헌재 폭동’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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