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방은 왜 사라지는가

2025-02-06

지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이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토피아(Utopia)가 돼야 한다. 아니 덜 디스토피아(Dystopia)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방이 도시보다 더 유토피아 되거나 덜 디스토피아 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지방은 왜 점점 그 존재의 가치를 잃어가고 급기야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 그것은 도시의 인력(引力)이 너무 커 지방을 죄다 끌어당겨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에 끌려가지 않고 제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은 태양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자체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과 척력(斥力)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정보전달 체계의 급속한 발전은 도시와 지방의 거리를 오히려 크게 단축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도시는 점점 조밀해지는 데 반해 지방은 갈수록 비어가고 있으니, 그 질량 자체도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지방이 도시의 인력에 저항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별에 모든 대·중·소 도시들이 속해 있는 형국이다. 수도 서울이라는 대한민국 유일의 별이 모든 행성과 그 행성에 딸린 위성까지 다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거느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 잡아먹고 있다는 데 있다. 수도 서울은 자본·인구·일자리·문화·주거·자치 등 지방의 거의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 날로 살찌고 날로 팽창하고 있다. 기존의 대·중·소 도시들을 종속시키고 식민지화하고 있다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태양은 그래도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은 아닌데 서울은 거대한 블랙홀인 셈이다.

무엇이든 팽창하면 터지게 마련이다. 별이 팽창해 폭발하면 초신성(超新星)이 되듯, 무엇이든 커지면 폭발하고 쪼개지고 갈라지고 작아져서 결국은 소멸하게 돼 있다. 서울도 바로 지금 그런 길을 걷고 있다. 서울이라는 별도 인구·주거·일자리·교통·범죄·팬데믹·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종래에는 폭발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서울의 대폭발과 지방의 대파멸이 동시에 올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해야 위성급에 해당하는 지방의 중소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들에 끌려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처럼 아예 통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 지역의 고유 문화와 전통, 지역적 특성을 말살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상책은 중소 지자체 스스로 독립해 살아남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국가 균형발전이 되고 도시와 지방이 상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이 서울과 대도시에 끌려가지 않을 정도의 자체 질량을 갖춰야 한다. 지방의 중소 지자체가 대부분의 경우, 서울이나 행성급 대도시보다 면적은 넓으나 그 밀도(인구·일자리·교육기관 등)와 질량(인적 역량, 문화적 소양, 자치 능력 등)이 매우 작아 빈 공간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지방은 인력과 척력을 키워야 한다.

어떻게? 지방을 유토피아로 만들면 된다. 에너지·식량·문화·교육·주거·재정의 자립을 이루고, 자연 속에서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곳이 바로 유토피아다. 우선 지방 곳곳에 작은 유토피아 마을을 시범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몇곳에서 시작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가 지금 바로 여기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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