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으로 활짝 연 동유럽…"에너지 시장 잡자" 빨라진 셈법

2024-09-22

윤석열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의 체코 공식 방문이 ‘원전 동맹’이라는 성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셈도 빨라지고 있다. 체코를 시작으로 이 지역 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난 19일부터 2박 4일간 진행된 방문 일정의 핵심은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협력이었다. 20일엔 체코 수도인 프라하에서 90㎞ 떨어진 산업기술도시 플젠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에서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869년 설립된 체코 터빈 제조 회사로, 150년간 540개 이상 증기 터빈을 만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80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최종 사업자로 확정되면 두산스코다파워로부터 증기 터빈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윤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두코바니 원전에 공급될 제품과 같은 모델의 터빈 블레이드(증기·가스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부품)에 기념 서명을 했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의 주제도 에너지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체코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의 활용 확대를 적극 모색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원전 협력과 함께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올해 처음으로 대통령의 해외 일정에 동행한 데는 동유럽 시장의 잠재력 영향이 크다. 서유럽에 비해 산업화가 늦은 동유럽은 최근 첨단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 기금을 활용한 인프라 개선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AI)‧로보틱스‧바이오 등을 신사업으로 지정하고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원전뿐 아니라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빠른 이유다. 영국 정책 연구소인 엠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주요 동유럽 국가의 태양광 발전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폴란드의 태양광 발전량은 11.3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고 헝가리도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이는 서유럽 평균 증가율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은 원전 외에도 방산,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 미래 첨단 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동유럽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에서 K2 전차, K9 자주포 등 124억 달러(약 16조5600억원) 규모의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SK온은 헝가리 이반차 공장에 2조6000억원을 투자했고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코마롬에 연산 7.5GWh 규모의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지었다. LG화학도 2018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4000억원)을 준공했다.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동유럽의 경제 협력이 전통적인 중간재 무역을 넘어 원전‧수소‧고속철도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각국의 AI‧로보틱스‧바이오 등 첨단 산업 육성 정책 지원도 확대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동유럽이 유럽 첨단 산업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