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빠져든 건 지난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최근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이정후 영입 비화를 보도했다.
이정후는 대회 당시 일본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첫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3회 2번째 타석에서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의 초구를 받아쳐 적시타를 기록했다. 5회에는 좌완 이마나가 쇼타를 상대로 밀어서 2루타를 때렸다. 다르빗슈는 2012년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일본 최고 투수다. 이마나가도 지난해 MLB에 진출해 리그 정상급 투수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데뷔시즌 평균자책 2.91을 찍었고, 올해도 8경기 평균자책 2.82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높은 수준의 투수를 상대해본 건 처음이었다. 한 단계 위로 올라선 느낌이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전임 단장 잭 미나시안은 이정후가 만들어낸 결과 뿐 아니라 이후 이정후의 행동에도 주목했다. 미나시안 전 단장은 “2루타를 치고 난 뒤 이정후가 더그아웃을 향해 크게 포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순간 생각했다. ‘우리가 뭔가 대단한 선수를 발견한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년전 WBC를 보면서 파르한 자이디 당시 샌프란시스코 사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가 이정후를 데려오는 걸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해 말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달러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정후는 WBC 당시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했던 대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그 최고 외야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스타 후보로 부상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23일 현재 타율 0.276에 6홈런을 기록 중이다. 최근 타격감은 부침이 있지만,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꾸준히 때려내고 있다. 미나시안 전 단장은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KBO에서 뛰던 시절 정강이 높이로 오는 아주 낮은 공을 풀쩍 뛰어오르듯 때려내며 1·2루간을 뚫어낸 장면을 기억했다. 미나시안 전 단장은 “그정도 배트 컨트롤은 정말 보기 힘들다.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도 손 위치가 좋아서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나시안 전 단장은 이정후의 실력 뿐 아니라 멘털에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많은 MLB 관계자들이 그를 보러 한국을 찾았다. 미나시안 전 단장도 그랬다. 그는 “부산에서 경기를 보는데, (이정후가) 나를 알아보고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더라. 그게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MLB에서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