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청소년 행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

2025-11-27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집단은 청소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우울·불안 호소 비율도 지난 10여 년간 상승했다. 국제 조사에서 한국 청소년의 ‘삶 만족도’는 OECD 최하위권이고 ‘학교 스트레스’ 지표는 최상위권이다. 성취도는 세계적이지만 행복도는 바닥인 세계적으로 드문 역설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는 국가의 미래 역량을 갉아먹는 위험 신호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해왔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부담, 가정 돌봄의 약화, 온라인 환경의 부정적 영향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대책으로 상담 확대, 사교육 완화, 스마트폰 규제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안됐지만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의 위기는 기존 진단과 처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구조적이며 복합적이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과 긴 호흡에서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논의는 “SNS는 유해하니 통제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청소년의 정체성, 관계, 진로 탐색은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진다. 유해성을 지적하는 데서 멈추면 정작 이 거대한 환경을 ‘정신적 안전망’으로 활용할 기회를 잃는다. 입시 문제 역시 단순히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시 부담을 줄이라고만 하면 학생들은 오히려 불안해지고 사교육 시장은 새로운 형태로 확장될 뿐이다. 이럴 바에는 ‘행복하면서도 성취할 수 있는 학습 구조’ ‘입시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경로’라는 두 개의 문을 동시에 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불행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행복과 성취를 함께 높이는 학습 모델을 개발·확산해야 한다. SNS를 금지만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SNS 안으로 들어가 안전망을 구축해보자. 입시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인식을 깨고 다양한 성공의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가면서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정서적·사회적 공감대를 높여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범위를 넘어선 혁신적 대안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SNS를 ‘불안 조장 공간’에서 ‘정신건강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가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정·위험 신호 탐지 시스템을 탑재한 청소년 멘탈케어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플랫폼들과 협력해 청소년들에게 멘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적 노력을 할 수 있다. 입시 성적을 유지·향상하면서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이중 목표’ 전략도 필요하다. 전국 고교에 AI 기반 개인 학습 튜터를 제공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성취를 유지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입시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기술·AI·콘텐츠 분야에서 학력 요건을 폐지하고 10~20대가 참여하는 국가 창업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다양한 성공 경로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실패 이력 때문에 대학·직장·복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 정착도 필수다.

학교·가정·지역이 하나의 돌봄 네트워크가 돼 감정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지역 단위 정서 안전망도 필요하다. 부모 교육을 체계화하고 지역 청소년센터를 정서 회복 거점으로 재구성하면서 지역 간 성공 사례를 공유·확산해나갈 수 있다. 청소년이 불행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반드시 청소년이 웃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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