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사업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경쟁력과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건설-소재-재활용을 고려한 수직계열화로 시너지를 강화한다. AI·ICT 분야에서는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통합·재배치하며 집중력과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반도체 건설-소재-재활용 등 인프라·서비스 수직계열화
13일 SK㈜는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곳을 SK에코플랜트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계열사 이동을 넘어 고부가가치 소재부터 설비, 친환경 리사이클링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편입 대상 기업들은 모두 일본 첨단 소재 기업과 합작해 설립된 곳이다. 반도체 전공정용 고순도 전구체, 특수가스, OLED용 발광 소재 등 각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트리켐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전구체 기술을, SK레조낙은 식각가스 등 특수가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OLED용 발광 소재를,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포토 소재와 고기능성 전자소재를 생산한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의 반도체 클린룸·플랜트 설계·시공(EPC) 역량과 폐기물 재활용 솔루션을 접목, 반도체 소재-설비-재활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이는 단순 외형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소재와 설비, 친환경 리사이클링의 융합 역량은 기술 혁신과 고객 맞춤형 대응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역량 강화는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축인 반도체·AI 인프라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AI 분야 SK T·B·A 원바디 체제 강화
AI·ICT 분야에서는 'SK T(텔레콤)·B(브로드밴드)·A(AX)' 원바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각 분야의 집중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기능 조정이 이뤄졌다. SK AX가 SK브로드밴드에 판교데이터센터 인프라 자산을 이관한 것은 단순한 사업 양도를 넘어 AI 및 클라우드 영역에 걸쳐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와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고 중복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다.
판교 데이터센터는 용량은 30MW로 우수한 입지조건을 활용해 현재 유명 IT 기업과 게임사들이 다수 입주했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 가산, 서초, 일산, 양주, 판교, 부산 센텀 등을 포함해 9개 데이터센터, 총137MW 용량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전력소비 14% 절감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냉방기술, 액침냉각 등 SK브로드밴드의 축적된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을 일괄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정보 통합 모니터링·분석하는 AI 솔루션, 전용회선과 해저케이블 등 인프라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시너지를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내 1위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편 SK㈜ C&C는 판교 데이터센터 매각 이후에도 대전 대덕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추가 매각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