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적의 통합 방공체계와 무선지휘통제체계를 마비시키는 1조 9000억 원대 ‘전자전기’ 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사업자 선정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돼 승자가 누가 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일 방위사업청이 주최한 2025년 방위력 개선 및 방산육성지원사업 통합 설명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방사청은 전자전기 사업과 관련해 5월부터 6월까지 입찰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찰 공고 후 7월에 제안서평가 및 협상을 시작해 체계개발실행 계획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계약체결은 10월에 시작하며 선정된 업체와 즉시 사업을 착수한다. 이 사업은 계약 체결일부터 2034년까지 연구개발로 진행되며 사업 예산은 1조 9206억 원이 책정됐다.
우리 군은 지난 2023년 4월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전자전기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한다는 사업 추진기본전략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공중에서 적의 통합 방공체계를 교란 및 기만하고 적 무선지휘통제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전자전기’란 공중에서 적의 방공체계를 교란하는 특별한 군용기다. 전자전은 땅, 바다, 하늘 등 모든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항공기를 이용한 전자전은 적 방공망을 제압하기 위한 공격, 항공기 자체보호를 위한 조종사 경고, 전파 방해(jamming)나 채프(chaff, 전파 기만 장비) 살포, 대방공 미사일 발사, 작전 지역 감시나 조기 경보, 통신이나 전자신호 정보 수집 같은 형태로 수행한다.
미국은 전·평시 세계 각 지역에서 RC-135V/W/U 등 ‘전자 정찰기‘를 띄워 각 국의 모든 전투기와 항공기, 지상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의 전파 정보를 수집해 복제·분석한다. 축적한 전파 정보는 전자전기 포드와 운용 소프트웨어에 담기고 하드웨어 개발에 반영한다.
전자전기 사업은 우리 공군의 숙원 중 하나로 전시작전권 전환 대비와 주변국에 대한 억제력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 전자전기가 없어 공군은 한미연합연습 때마다 미국 해·공군에게 지원을 받았다.
한국형 전자전기에 탑재될 핵심 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개발 및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LIG넥스원은 항공기 탑재 전자전장비인 ALQ-88K, ALQ-200을 생산했으며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통합전자전체계도 만들었다.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 전자정찰기의 탑재장비 개발에도 참여했다.
새로 제작될 전자전기는 적군의 통신·레이더 전파 정보를 수집하고 원거리에서 전자전으로 무력화하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적군의 전파 주파수를 수집하고 파악해야 전자전 공격 대상을 정할 수 있다. 전자전을 마친 후에 결과를 확인하려면 정보수집기능이 필요하며 실시간 정보공유를 위한 데이터링크와 기체를 보호할 장비도 추가된다.
이번 사업으로 총 4대의 전자전기가 만들어져 2034년 개발이 끝나면 공군에 인도될 전망이다. 우선 2대는 블록1으로 기본형 모델로 만들고 추후 2대는 성능이 향상된 블록2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전자전기의 항공기 개조개발 및 체계통합 기업으로 KAI와 대한항공이 수주전에 도전한다. 양사 모두 한국형 전자전기와 같은 특수임무기 개조 개발에 역량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특수임무기 사업을 도전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이 이번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통제기 2차사업 등 특수임무기에 대한 여러 중요한 업적들이 있다. 국내 협력 업체로 많은 부분 참여해 작업하고 있으며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전자전기 국내 연구 개발 참여를 하고 싶다. 향후 LIG넥스원과 전자전기 수행체계 통합 기술진 미팅을 시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플랫폼을 강조하면서 특수임무기 개조·개발에 대한 전문성으로 이번 사업 수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KAI 관계자는 “전자전기 사업은 항공기 기체와 설계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와 노하우가 필수적인 만큼 국내유일의 항공기 플랫폼 개발업체인 KAI만이 가진 항공기 체계종합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공군의 항공 전자전 능력을 적기에 확보 강화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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