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도 예외 없다"...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아이오닉 9 vs EV9

2025-02-20

현대차,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 2월 출시

기아, EV9 고성능 모델 출시 및 가격 재조정

아이오닉 9, EV9에 비해 배터리·출력·실내 공간 앞서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소비 정체기)을 극복하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형제'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이 뜨겁다.

특히 국내 대형 전기 SUV의 여타 경쟁 모델이 전부 수입차인 현실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9와 기아 EV9의 성능 및 상품성 경쟁은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에는 계열사도 예외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3일 대표 전기차(EV)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을 확장한 플래그십(flagship) 대형 SUV 모델 아이오닉 9을 공식 출시했다.

아이오닉 9은 국내 주요 대기업 '첫 외국인 CEO'로 발탁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 사장이 임명 발표 후 첫 공식 석상인 LA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한 차량이다.

기아는 지난 18일 대형 전동화 SUV EV9의 고성능 모델인 '더 기아 EV9 GT'와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스탠다드 모델의 계약을 시작했다. 아울러 기존 EV9 롱레인지 모델의 세부 가격도 조정했다.

EV9 역시 기아의 대표 EV 브랜드 EV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플래그십은 해군 함대 사령부 군함(기함)을 뜻하는 말로 기업의 주력 제품, 대표 제품을 뜻한다.

EV9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자동차 어워즈인 '2024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2024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에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이오닉 9의 출시로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경쟁 모델은 EV9이다. 두 모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판매 중인 동급 차량은 BMW iX, 아우디 Q8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 EQE, 캐딜락 리릭 등 손에 꼽힐 정도의 수입차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국내 브랜드 파워를 가진 현대차와 기아의 대형 전기 SUV는 경쟁자가 서로뿐인 현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 데뷔한 아이오닉 9은 2023년 출시된 EV9에 비해 대부분의 성능과 제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경우 아이오닉 9은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532km이다.

이에 비해 EV9은 99.8kWh 배터리를 장착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501km로 아이오닉 9에 비해 짧다.

최대 출력도 차이가 난다. 아이오닉 9의 최대 출력은 315kW로, EV9(283kW)보다 높다.

패밀리 SUV의 덕목인 실내 공간에서도 아이오닉 9이 넓다. 아이오닉 9의 전장(총길이)은 5060mm, 축간거리(휠베이스) 3130mm, 전폭(차폭) 1980mm, 전고(높이) 1790mm이다. 이에 비해 EV9의 전장은 5010mm, 축간거리 3100mm, 전폭 1980mm, 전고 1755mm로 전폭을 제외하고 아이오닉 9이 더 크다.

아이오닉 9의 가격은 최저 사양인 7인승 ▲익스클루시브 6715만 원부터 ▲프레스티지 7315만 원 ▲캘리그래피 7792만 원이며, 6인승 ▲익스클루시브 6903만 원 ▲프레스티지 7464만 원 ▲캘리그래피 7941만 원까지 책정됐다.

기존 EV9은 7인승 에어 트림 기준 7337만 원, 어스 트림 기준 7816만 원으로 아이오닉 9보다 높은 가격대였지만, 아이오닉 9 출시 후 스탠다드 모델을 출시하고 기존 롱레인지 모델 가격을 낮추며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스탠다드 모델은 ▲에어 6412만 원 ▲어스 6891만 원으로 아이오닉 9 기본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보다 낮게 책정했다. 또한 롱레인지 모델 역시 롱레인지(2WD) ▲에어 6857만 원 ▲어스 7336만 원, 롱레인지(4WD) ▲에어 7205만 원 ▲어스 7689만 원으로 아이오닉 9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한 아이오닉 9에는 없는 고성능 모델인 EV9 GT를 출시해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작년 LA 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된 EV9 GT는 강력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고 출력을 374kW로 높이는 등 고성능 특화 사양을 적용했다.

EV9은 기아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EV9은 주행 중 '동력 상실' 문제가 제기되어 당시까지 생산된 8300여 대 전량을 리콜(자발적 시정 조치)하고 신차로 무상 교환해 준 경험이 있다.

여기에 창문 떨림 논란과 초기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자사 모든 임직원들에게 '30%'라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정가 구매 고객의 불만과 재고 소진 의혹을 받기도 했다.

논란을 털고 재기에 나선 EV9과 아이오닉 9의 경쟁이 침체된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너지 효과를 낼지, '제 살 깎기' 경쟁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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