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대출 반대' 헝가리 우회 위해 '비상권한' 발동 추진… 가중다수결로 무기한 대러 제재

2025-12-10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대출로 활용하는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Reparation Loan)'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비상권한'을 발동해 대러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대출에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이 자산을 계속 동결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인물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기한 제재' 결정을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아닌 EU 조약 제122조의 '가중다수결'로 확정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중다수결은 전체 27개 회원국 중 55% 이상(15개국), EU 인구의 65%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EU의 대러 제재는 6개월에 한 번씩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일 EU 역내에 동결돼 있는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이자 대출을 실행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초기 대출 규모는 900억 유로로 향후 2년에 걸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헝가리 뿐만 아니라 러시아 동결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는 벨기에도 이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벨기에 유로클리어에는 1850억 유로 정도가 동결돼 있다.

벨기에는 제재가 예상치 못하게 해제될 경우 러시아가 제기할 법적 소송에 대해 자국이나 유로클리어가 책임을 홀로 떠안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벨기에는 다른 EU 회원국들이 공동 책임을 지고 소송 비용을 분담하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설득과 보장 등으로 입장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헝가리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EU의 결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FT는 "EU에서 가장 친러 성향이 강한 헝가리는 그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며 제재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위협해 왔다"며 "EU 관계자들은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방적으로 해제할 경우 오르반 총리도 이에 편승해 유럽의 대러 제재를 반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는 EU 집행위의 제안에 대해 이미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EU 집행위 제안에 대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대러 제재의 무기한 연장이 미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관리들이 참여해 초안이 작성된 초기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 주도의 두 개 투자기금에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EU 관계자들은 "비상권한을 발동으로 대러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고 러시아 동결자산을 계속 묶어 놓겠다는 계획은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안 협상에서 유럽이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EU는 오는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모이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대출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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