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日, 비축미 방출 검토…농가소득 감소 우려도

2025-02-06

일본 정부가 최근 급등한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축미’를 방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의 이례적인 비축미 방출 움직임에 현지 농업계는 쌀값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1월31일 전문가 회의를 열어 정부 비축미 운용 지침에 대한 재검토안을 확정했다. 기존의 비축미 방출 기준은 심각한 흉작이나 재해 발생 시로 한정됐으나, 개정안은 쌀 유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비축미를 시장에 풀 수 있도록 했다. 1년 이내에 같은 양을 다시 매입하는 조건이다.

이번 조치는 일본 현지에서 쌀 확보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자 긴급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1월 도쿄도의 23개구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고시히카리’를 제외한 쌀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2.8% 상승했다. 1976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체 쌀 가격도 70.7% 올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쌀(5㎏ 기준)의 평균 가격은 2000∼2200엔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10월 3400엔을 넘어섰다. 최근 1월13∼19일 일주일 평균 가격은 3627엔에 달한다.

일본의 2024년산 쌀 생산량은 679만t으로 전년보다 18만t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농협(JA) 등 주요 집하업체의 매입량은 216만t으로 전년보다 21만t(8%) 감소했다. 중소 집하업체의 매집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JA가 예년보다 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만약 이번에 비축미가 방출되면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1993년 쌀 대흉작 이후 비축미 제도를 도입해 매년 100만t을 적정량으로 유지하고 있다. 비축물량은 연간 주식용 쌀 소비량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쌀 91만t이 비축돼 있으며, 5년간 사용되지 않은 비축미는 사료용으로 처분한다.

전문가 회의에서는 쌀값 하락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방출량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농업 관련 단체도 비축미 방출이 쌀값 하락을 초래해 농가소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야타 코이치 JA 후쿠이현 회장은 “비축미 방출은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장관)은 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쌀값 급등에 대한 대책이 늦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쌀값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농림수산성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쌀 부족 사태에도 “쌀이 부족하지 않다”며 비축미 방출을 거부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현지에선 올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한 총리 관저가 비축미 방출을 지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이번 개정안을 바탕으로 비축미 방출의 세부사항을 추가 검토할 예정이며, 향후 쌀 유통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 후 방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쿄(일본) = 김용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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