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차림표]9월 첫째 주 : 중국 전승절, 한학자,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2025-09-05

반년을 넘게 ‘이 뉴스가 맛있다’를 매주 연재해 왔는데 별로 맛이 없었나 봐요. 왠지 갑자기 사라져도 입맛 다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리 빼라는 말을 듣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간판을 바꿨어요. 제목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지만, 새 단장을 했으니 그에 맞게 간판 갈이도 하고 싶었네요. 말투도 바꿨어요. 뭐라도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양념을 바꿔야 바꾼 느낌이 확 나니까요.

‘이 주의 OO’식의 꼭지를 몇 개 정해서 넣을 거예요. 그렇다고 매주 고정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오늘 ‘이 주의 노래’가 들어간다고 해서 다음 주에도 ‘이 주의 노래’가 있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맞아요. 멋대로 하겠다는 거예요. 일본어라 굳이 쓰고 싶진 않지만 이런 걸 ‘오마카세’라고 한다죠?

이 주의 뉴스 : 중국 전승절 행사

출처-<동아일보> 링크

뉴스거리라면 국내 뉴스만으로도 싱싱한 재료가 차고도 넘치지만, 이번 주만큼은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다뤄야겠어요.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은 중일전쟁에서 일본에 대한 중국의 승리를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이에요. 중국처럼 덩치가 아주 큰 권위주의체제 국가는 전승절 행사를 아주 뻑적지근하게 하는 전통이 있어요.

게다가 이번 전승절은 무려 ‘80주년’이에요. 중국은 중일전쟁의 끝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문서 서명일(1945년 9월 2일)로 보기 때문에 9월 2일에 전승절 행사가 열렸어요.

무려 ‘80주년’인 만큼 중국은 이번에 아주 행사판을 크게 벌였어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26개에서 국가 정상급 인사가 초청됐어요. 그리고 중국이 보유한 온갖 최첨단 무기를 열병식에 깔아놓았어요. 이 모든 퍼포먼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명확해요. 중국의 힘, 중국의 리더십.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북한의 김정은이 나란히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일 거예요.

다시 한번, 이 사진

출처-

하지만 이들은 한자리에 모였을 뿐 북·중·러 정상회담을 열지는 않았어요. 이 모든 상황과 정황에 각국의 목적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요.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항마에요.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던 시절부터 대놓고 중국을 견제해 왔어요. 말이 견제지 그냥 다가가서 몇 대 때리면서 눈 깔으라고 하는 수준이었던 적도 있지요.

하지만 견제는 견제일 뿐, 그런다고 중국이 미국의 뜻대로 찌그러질 나라는 아닌 게 문제에요. 중국 자신이 그럴 생각이 없을뿐더러 그럴 수 있는 사이즈도 아니죠. 또 다른 문제는 미국 자신에게 있어요. 중국의 부상과는 별개로 미국 스스로의 리더십이에요. 트럼프 1기 정부를 시작으로 미국은 자국의 리더십에 자해를 가하고 있어요. 전 세계를 공격하면서 말이죠. 세계 이곳저곳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말발이 예전처럼 잘 먹혀들지 않게 됐어요. 그런데 트럼프 2기가 시작되고 벌인 관세 전쟁으로 인해, 이제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단계를 넘어 미국에 대한 반감까지 일으키고 있어요.

중국의 전승절 행사는 최대한 그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 중국이 깔아놓은 판이에요. 중국하고 원수처럼 지내던 인도의 모디 총리가 중국에 간 이유도 미국이 인도에 때린 50% 관세 때문이에요. 중국 입장에선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하기도 하지만 중국의 리더십을 따르는 그룹이 있어야 해요. 지금처럼 트럼프가 관세 전쟁이라는 깡패짓을 하고 있을 때, 중국이 나서서 다른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준다면, 이렇게 노나는 장사가 어디 있겠어요. 앞으로도 중국은 ‘말이 통하는 정상적인 형님’처럼 보이고 싶어 할 거예요.

푸틴과 포옹하는 김정은

출처-<조선중앙TV>

북한의 김정은은 왜 중국에 갔을까요. 북한의 꿈은 ‘정상 국가’에요.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핵 때문에 불량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는 딜레마를 풀어야 해요.

온갖 제제에 묶여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고 트럼프에요. 그리고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안보적 도움이 절실해요. 이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갔어요.

트럼프 2기가 들어섰을 때 가장 환호한 국가가 북한 아니었을까요? 김정은은 내심 트럼프와 만나길 기대하고 있을 거예요. 이전에도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나기 전후에 시진핑을 찾았어요. 어설프게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려다가 중국과 척을 지게 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잖아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아요.

다자외교 무대 데뷔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어요. 중국 전승절 행사가 APEC이나 G20 같은 정상 간의 공식 외교 행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자리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이번이 첫 무대였어요.

북한은 어엿한 정상 국가다, 북한의 정상은 도라이가 아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에 김정은이 큰 걱정 없이 참여하려면 결국 장소가 중국, 러시아, 북한뿐이잖아요?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에서 그런 기회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결론은 중국뿐이죠. 때마침 무려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중국에서 열린 덕분에 이런저런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게 된 북한이에요.

미국이 동아시아 질서를 위해 늘 강조해 온 것이 ‘한미일’ 공조에요. 한일 관계가 어긋나 있으면 알게 모르게 압박을 가해온 제3자가 미국이에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한일 공조를 언급했고, 그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를 먼저 만난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답변하기도 했어요.

8월에 있었던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공조의 굳기가 한층 더 강화된 ‘모양새’를 갖추면서 동아시아 질서의 반대편 축에서도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생겼어요. 중국 전승절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열병식에서 망루에 오른 세 남자가 그 상징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이들은 한자리에 섰을 뿐, 셋이 모여 공식 정상회담을 하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중국의 필요 때문일 거예요.

미국에 대항하는 리더십, ‘정상적이고 친절한 모두의 형님’이 되고 싶어 하는 중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나 핵과 미사일에 목숨을 거는 북한 같은 사고뭉치와 드러내놓고 똘똘 뭉치는 건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푸틴과 김정은이 중국에서 북러 양자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절대 잊지 않을게’, ‘아니야 이건 형제의 의무’ 이러믄서 꽁냥꽁냥 하고 있는데, 시진핑이 그 사이에 ‘공식적으로’ 끼면 뭐가 되겠어요.

아무튼 중국의 80주년 전승절은 여러모로 초대형 이벤트였어요. 그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로만 바라보기에는 대한민국이 가장 밀접한 이해당사자라서 뒤통수가 쌔하긴 하네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가 아니라는 게.

이 주의 인물 : 한학자

출처-<문화일보> 링크

이 주의 인물을 고르기 쉽지 않았어요. 최고위원 타이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극우의 전사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있고, ‘무려 5선’ 나경원 의원도 손색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통일교의 ‘참어머니’ 한학자 총재가 우리에게 주는 놀라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한학자

출처-<통일교>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인데, 두려워하거나 무시하는 거예요. 제가 볼 때 통일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반응은 두려움보다는 무시에 가까웠어요. 그냥 교인 수가 꽤 되고 돈도 많은 종교 단체 혹은 사이비 종교 정도로 생각해 왔던 거죠.

김건희 특검의 조사가 계속되면서 통일교와 한학자 총재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요.

통일교 신도가 집단적으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해 당내 경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의혹만 해도 그래요. 만약 그 시작이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통일교의 영향력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에 미쳤다는 말이 돼요. 그 이후라 해도 대한민국 집권 여당 당대표 선거에 관여한 것이 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 공천까지 의심해 보지 않을 도리가 없어요.

출처-<중앙일보> 링크

한학자 총재는 권성동 의원에게 큰절을 받는 분이셨어요. 특정되는 시기를 보니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유력한 대선 후보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의 거물 정치인이 찾아와 큰절을 하고 돈을 받아 갔다는 의혹이 있어요. 대통령 선거 후에는 대통령 부인에게 통일교 간부가 고가의 명품 장신구를 바치고 이권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에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선 한학자 총재의 행보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엄청나요.

비록 논란 이후 사임하긴 했지만,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오광수 변호사가 한학자 총재의 초호화 변호인단에 참여했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오수 전 총장이 법률 자문을 맡았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왼쪽부터)

오광수 전 민정수석

김오수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남부지검장

(강찬우는 이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자

‘친형 강제입원 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음)

출처- 링크

이런 어마어마한 거물들로 방어막을 두를 수 있을 정도의 재력과 영향력이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에 있어요. 특검 사무실에 변호사를 보내고, 특검 조사일 전에 서울아산병원 특실에 입원했어요.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 부럽지 않은 모습이에요.

통일교의 돈과 위세가 한국을 넘어 해외에도 뻗쳐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이 ‘평화운동’을 가장한 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SNS를 보면서 그렇게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전 국무총리인 황교안의 현재 모습을 보면 ‘전직’이 뭐 그리 의미 부여할 일인가 싶긴 하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의 말이라 마냥 개똥 취급하기에도 찜찜하네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가 기습적으로 날린 ‘그 SNS’도 인제 와 생각해 보니 단지 극우 기독교 단체만의 작업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처-<트럼프 X>

"(해석)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 같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나는 오늘 백악관에서 새로운 한국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통일교와 한학자 총재는 일개 종교단체와 종교 지도자가 아니에요. 그들이 내세우는 교리가 이단적인지 아닌지는 내 알 바 아니고, 통일교가 살아있는 인간인 한학자를 메시아(신)적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통일교는 아주 열성적인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종교 단체에요. 여기서 열성적이라 함은 개인의 삶의 아주 넓은 영역이 종교과 일체되어 있음을 뜻해요. 왜 ‘거느린다’라는 표현을 했냐면, 살아있는 인간을 메시아로 받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종교 단체는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1인 독재 체제와 거의 똑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구성원을 포함한 집단 전체가 가진 모든 힘을 한 점으로 모아냈을 때 파괴력은 커지게 되어 있어요. 지금 통일교가 국내외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봐요. 잘 모른다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준이 절대로 아니에요.

통일교 압수수색 당시

땅을 치며 통곡하는 교인들

출처-

한학자 총재를 대상으로 한 특검 수사와 재판, 그에 대한 통일교의 저항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해 보여요.

이 주의 말 :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출처-<파이낸셜뉴스> 링크

이 주의 말은 두 후보가 각축을 벌였어요.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가 선정되긴 했지만 아쉽게 떨어진 ‘비상계엄 알고도 방조한 민주당이 내란 공범’도 굉장했어요. 그러고보니 둘 다 나경원 의원의 말이네요. 둘 다 참으로 대단한 말들입니다. 어떻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그래서 나경원 의원을 더욱 우러러 보게 되네요. ‘이것이 바로 국힘 5선 의원의 위용인가!’싶어서요.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니. 여포가 동탁한테 대들면서 한 말인가요? 죄송해요, 하도 어이없는 말을 놓고 글을 쓰려니 저도 헛소리가 나왔어요.

딱히 명분이나 논리 없이 상대를 누르려 할 때, 논점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가진 무엇을 꺼내 들어 권위를 세우는 ‘꼰대’들이 있습니다. 나이, 학력, 재산, 혹은 다른 경험들.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명분 없음, 논리 없음을 자백하는 꼴이에요.

출처-<연합뉴스>

신임 법사위원장에 6선의 추미애 의원이 선출되자 국민의힘이 5선의 나경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면서 이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에 6선이 이례적이라고는 하니, 자신들도 뭔가 ‘끕’을 맞추려고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니죠.

추미애 위원장은 선수로 법사위원장이 된 것이 아니라 검찰 개혁에 대해 그동안 보여준 말과 행동 때문에 ‘6선임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거잖아요. 그럼, 나경원 의원은 뭘까요. 검찰 개혁을 저지하겠다는 진심으로 법사위 간사가 되려는 걸까요. 아니면 일부 언론이 벌써부터 입에 올리는 ‘추-나 대전’을 부각시켜 어차피 쪽수에서 밀리는 법사위를 깽판으로 몰아가고 싶은 걸까요.

‘OO의원은 가만히 앉아 있어’는 사실 어떤 그럴듯한 명분으로도 좋게 들리지 않는 말이기는 해요. 그럼에도 꼭 써야겠다면 ‘윤석열 내란 옹호한 의원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든가 ‘내란당 의원은 가만히 앉아 있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네요.

차라리 주어가 없다며 MB를 옹호하던 시절의 나경원 의원은 뭐랄까 고상한 척, 논리적인 척 하면서 억지 주장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척’조차 다 내던진 느낌이라 안타까움마저 느껴지네요. 아니면 걸리적거리는 가식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

무엇이 됐든 그 결과가 6선은 아니길 바라며.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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