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아시아플라텍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이 줄지어 서있다. 통신망의 혈관인 케이블을 길게 감아 보관·운반하는데 쓰이는 보빈이다. 한켠에는 보빈 제작에 쓰이는 폐플라스틱 원료가 가득 쌓여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친환경 플라스틱 보빈의 대부분이 전선업체를 거쳐 KT에 공급된다.
기존 목재보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산림을 훼손하는데다 방부처리돼 재활용도 불가했다. KT는 지난 3월 국내 통신사 최초로 통신 케이블 공사 현장에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친환경 보빈을 도입했다. 자원 선순환을 통한 친환경 경영 일환이다.
보빈 공급사 아시아플라텍 장용진 대표는 “한두번 쓰고 폐기해야 하는 목재보빈과 달리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친환경 보빈은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면서 “가격이 비싸고 수거작업이 어려워 확산되지 못했지만 KT의 위치추적 기술 덕분에 렌탈 공급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관제 서비스를 적용해 수거 어려움을 극복했다. 보빈 외부에 장착된 IoT 단말 센서가 GPS 기반으로 2~3m 내 위치 추적과 회전 감지를 수행한다. 센서와 LTE 기반 저속·저용량·저비용 통신망, 통합 플랫폼으로 구성된 관제 솔루션은 보빈 공급부터 수거까지 전 과정을 추적·관리한다.
친환경 보빈은 제작도 간편하다. 사출기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원판을 조립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약 100㎏짜리 보빈 하나에 케이블을 1.5톤까지 감을 수 있다. 공임이 줄고 재사용이 가능해 원가절감 효과도 있다.
장 대표는 “KT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덕분에 KT 물류센터와 공사현장에 케이블을 납품하는 LS·대한·가온·이에스테크 등 전선 제조사들과 친환경 보빈 도입 렌탈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현재까지 친환경 보빈을 1500여개 도입했다. 연말까지 전체 사용량의 50%에 달하는 5000여개 목재 보빈을 친환경 보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초 목표치의 2배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세경 광케이블 16종에 도입된 친환경 보빈을 VMI 광케이블 10종과 일부 동케이블까지 26종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탄소저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재 보빈 1개를 친환경 플라스틱 보빈으로 교체시 이산화탄소를 9.1㎏ 저감이 가능하다. 5000여개를 도입하면 45.5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이는 전력사용량 9만8000kWh(킬로와트시)에 해당하는 규모다.
KT는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친환경 구매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준 KT 구매실장은 “자원을 일회성으로 소모하는 기존의 선형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면서 “폐플라스틱을 재자원화해 순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자원 소모를 줄이고 폐기물을 저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