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발언'이 다시 한번 유럽 증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88포인트(0.57%) 내린 505.90으로 장을 마쳤다. 오후 3시를 넘어 지수는 508.41까지 상승했으나 장 막판에 상승분을 절반 가까이 반납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09.22포인트(0.56%) 떨어진 1만9295.98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62.96포인트(0.87%) 하락한 7194.51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33.07포인트(0.40%) 물러선 8258.61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60.08포인트(0.78%) 내린 3만3167.64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93.90포인트(0.80%) 하락한 1만1617.90에 마감했다.
이날 유럽 증시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가 갖는 위력을 또 다시 실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통령 취임 첫 날인) 내년 1월 20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모든 중국산 제품에는 10%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면서 "두 나라가 마약 특히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자들을 제대로 단속할 때까지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펜타닐 재료의 최대 제조·수출국인 중국에 대해 "미국에 유입되는 펜타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IG 그룹의 수석 시장 분석가 크리스 보챔프는 "우린 이런 장면을 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가 상원과 하원 모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점화하고 있는 무역·관세 전쟁의 한파는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당장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과 섹터들이 약세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이 1.6% 하락했다"면서 "스텔란티스와 폭스바겐이 각각 4.8%와 2.4% 하락하며 (STOXX600에 포함된 기업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소매업과 광업도 각각 1.15%, 1.89% 떨어졌다.
스위스 온라인은행 스위스쿼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판매량이 뚜렷한 약세를 보였고, 중국과의 무역 긴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들은 더 이상 추가 관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국 시장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유럽 시장이 열세를 회복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올해 6% 상승하는 데 그쳐 미국 S&P 500 지수의 25% 이상 상승률에 크게 뒤처져 있다.
특징주로는 스위스 면세점인 아볼타(Avolta)가 바클레이즈의 주식 평가 하향 조정(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이후 5.4% 떨어졌다.
반면 항공우주 부품 제조업체인 영국의 멜로즈 인더스트리는 JP모간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한 후 7.7%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