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한류가 불 지핀 ‘K-놀이문화’의 재발견 [‘K’ 놀이문화①]

2024-11-27

'아파트' 신드롬...韓 술게임까지 인기

"전래놀이,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공감 이끌어"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아~파트, 아파트”

오는 12월 발매 예정인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 정규 앨범 ‘로지’(rosie) 선공개 곡으로 공개된 ‘아파트’는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곡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8위까지 올랐다. 이는 케이팝(K-POP) 여성 가수로서는 역대 최고 순위다. 유튜브 조회수는 3억회를 훌쩍 넘겼고,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각종 패러디를 양산했다.

‘아파트’의 모티브가 된 ‘아파트 게임’은 여러 참가자가 양손을 포개 아래부터 손을 하나씩 빼다가 술래가 외친 특정 숫자에서 손을 빼는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한국의 술자리에서 행해지는 놀이다. 노래 첫 소절에서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고 우리말로 소개됐고, 뮤직비디오에서도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아파트 게임을 즐기는 듯한 모습도 익살스럽게 연출됐다. 브루노 마스는 또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기도 한다.

음악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놀이문화가 주목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12월 시즌2로 돌아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의 놀이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한 대표적인 콘텐츠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당시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인기 작품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순위 집계에서도 46일 연속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 자리를 지켰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관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에미상에서 아시아 국적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비영어권 드라마가 감독상을 받은 건 ‘오징어게임’이 최초였다.

작품 속에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전래놀이가 다수 등장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오징어 놀이’ 등 단순한 놀이 방식을 서바이벌 데스 게임에 매치하면서 국적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전 세계인의 유년기 추억 놀이의 향수를 자극했다. 실제로 방송 이후 작품에 등장하는 놀이를 따라서 하고 SNS에 인증하는 것이 또 다른 게임처럼 유행하면서 한국의 전래놀이가 해외에 홍보되는 효과까지 누렸다.

물론 신드롬 뒤엔 놀이의 ‘기원’을 둔 논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한국의 전래놀이 중 일제강점기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드라마의 첫 번째 놀이이기도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경우도 ‘다루마 상가고론다(だるまさんがころんだ 오뚝이(달마)가 넘어졌습니다.)’라는 놀이가 변형된 것으로 본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고 무궁화 보급에 힘썼던 남궁억 선생이 노랫말을 바꿔 부르면서 대대로 한국적 색을 가진 놀이로 이어져 왔다.

전통놀이다문화교육연구소 다놂 전영숙 대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놀이 그 자체는 무궁화 사랑, 나라 사랑을 되새기고 나라를 빼앗기면 우리 말과 글은 물론 놀이문화까지 모두 말살된다는 당시의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놀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각국의 놀이 정체성을 바르게 인지하고 우리에게 유입된 경로를 알아야 한다”면서 “뿌리는 우리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오랜 기간 전해져 내려오면서 우리의 전래놀이로 자리 잡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다양한 놀이문화를 다룬 콘텐츠는 많다. 방탄소년단(BTS)이 2018년 발표한 노래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도 북청군의 전 지역에서 세시풍속의 하나로 행해진 민속극이었고, ‘무한도전’ ‘런닝맨’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전래놀이인 술래잡기, 딱지치기 등의 방식을 현대적으로 차용해 추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웃음까지 잡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한 전래놀이 관련 협회 관계자는 “전래놀이는 말 그대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놀이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담고 있다. 때문에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서도 전래놀이를 소재로 사용하면서 추억을 되살리고, 동시에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시대에 맞게 놀이의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움까지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래놀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술래잡기라는 전래놀이가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형돼 이어져 오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케이 콘텐츠의 힘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전래놀이를 소재로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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