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다녀왔는데 ‘축산인’만 소독?…방역 실효성 의문”

2025-05-21

“ㅁㅁㅁ씨 되시죠? 축산인으로 등록돼 있어서 따로 이동해 추가 소독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분과 일본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했어요. 저도 소독받아야 하나요?” “받고 싶으면 받으시고, 아니면 안 받으셔도 됩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입국 과정에서 기자가 나눈 대화다. 취재에 동행한 사람은 축산관계자로 등록돼 있어 ‘축산관계자 신고센터’에 방문해 양옆으로 분무기가 설치된 개방형 소독시설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모든 일정을 함께 한 기자에겐 그런 의무가 없다고 하니 다소 황당했다.

‘가축이 있는 농장도 아니고 일본 도심에만 머물렀는데도 왜 소독을 추가로 받아야 하지? 바이러스가 축산인과 비축산인을 가려서 붙는 건가?’

국내에서 소·돼지·닭 농장에 출입할 가능성이 높은 축산관계자에 대한 소독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제도에 허점이 많다. 최근 싱가포르에 다녀온 한 한우농장주도 비슷한 불만을 털어놨다.

“관광 목적으로 외국에 다녀온 것인데, 왜 우리만 이중으로 소독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귀국해 농장으로 돌아오면 옷을 다 갈아입고, 신발 소독도 철저히 하잖아요.”

다른 한우농가는 “친구 부부가 외국에 다녀왔는데 한명은 축산관계자라 소독을 받고, 따로 등록이 안된 베트남계 아내는 소독을 안 받았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돌아 웃음을 참지 못했다”면서 “모든 이들이 들어오는 입국장에서부터 소독을 철저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도 자주 실랑이가 벌어진단다. 인천국제공항 축산관계자 신고센터의 한 당직자는 “‘외국에서 가축과 접촉한 적 없으니 소독을 받지 않겠다’고 불평을 부리는 사람이 꽤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에 방문한 사람의 가방을 열어 불법 축산물을 소지했는지 확인도 안하면서 축산관계자만 따로 불러 옷과 신발, 캐리어(여행 가방) 겉면만 소독한다고 해서 얼마나 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축산관계자 신고센터의 가축전염병 차단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귀중한 검역 인력이 다수 투입되고 있으니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쿠오카(일본)·인천=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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