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종식 일본 비결은] 사각지대 없는 소독카펫…日, 1차 방어선부터 달랐다

2025-05-21

올봄 축산업계는 각종 가축전염병이 연이어 터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특히 1년10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정부·농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0년 이후 지금껏 구제역을 막아내며 ‘백신 비접종 구제역 청정국’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농민신문’은 최근 일본 남부 후쿠오카를 찾아 공항 검역체계, 검역활동 내 수의사 역할, 농가 방역의식 등을 살펴봤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방역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2회에 걸쳐 짚는다.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는데 가까운 일본은 왜 그렇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꾸준히 나오는 주장이 있다. 두 나라 간 공항·항만의 검역체계 차이에서 극명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검역은 제2의 국방’이란 말처럼 외국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공항·항만에서만 잘 차단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기자는 직접 후쿠오카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한 후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귀국하며 두 나라의 검역체계를 비교해봤다.

◆일본 공항 소독카펫, 게이트마다 설치돼 있다=12일 오전 11시 후쿠오카국제공항. 취재차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일본이 이렇게 가까운 나라였나 싶을 만큼 비행시간이 짧았다. 비행기에서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아 공항 바닥에서 낯선 물체를 발견했다. 통로폭 전체를 덮고 있는 여러개의 소독카펫이다. 각 공항 게이트마다 설치돼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인다. 카펫은 성인 기준 5∼6걸음을 가야 할 정도로 길게 뻗어 있다.

첫번째로 보이는 카펫은 노란색으로 돼 있어 눈에 띈다. 그 위에는 여러 외국어가 새겨져 있는데, 그중 “소독 중”이라고 적힌 한국어는 친근감을 준다. 게이트마다 설치된 소독카펫이 일본으로 들어오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이렇게 안내하는 듯하다. ‘가축전염병을 막기 위해 설치된 소독카펫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입니다. 사각지대는 없으니 소독약을 신발에 충분히 묻히시기 바랍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소독약도 제대로 충전하지 않은 채 대충 카펫만 깔아놓은 것은 아닐까. 카펫 곳곳을 만져보니 안쪽과 바깥쪽 모두 소독약에 축축하게 젖어 있다.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그 크기도 충분하다. 이런 카펫이 공항 게이트마다 놓여 있으니 신발에 묻은 사악한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천공항의 통합소독조, 사람은 섞이고 사각지대는 발생하고=14일 오후 7시30분 드디어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디딘다. 일본과 달리 신발 소독장을 찾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한국은 게이트마다 소독카펫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는 길목에만 ‘통합소독조’를 운영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내 게이트는 모두 113곳이지만 설치된 소독조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취재에 동행한 한 수의사는 이같이 말했다. “저기 보세요. 게이트마다 소독카펫이 설치돼 있지 않으니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신발 소독도 하기 전에 마구 섞인다는 말이죠. 이런 상황인데 가축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통합소독조 자체에서도 문제점이 속속 발견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매립 형태의 대형 소독조가 있으나 양옆으로 충분히 피해 갈 이른바 샛길이 있다. 몇몇 사람은 소독약을 밟기 싫어서인지, 인파를 피하려는 건지 샛길로 통과하는 것이 목격됐다. 카펫 상태도 불량했다. 중앙에는 소독약이 젖어 있으나 주변부로 갈수록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로 말라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장 초기 전체 게이트에 개별 소독조를 설치했다. 하지만 미끄러짐 사고, 악취 같은 민원이 계속 발생하자 2014년부터 ‘거점 중심 통합소독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검역체계가 바뀐 배경에는 공항 내 관계기관간 묘한 ‘갑을 관계’가 있다는 말이 돈다.

한 검역 관계자는 “청사 안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집주인, 정부기관은 세입자의 관계가 형성된다”면서 “아무래도 공항공사는 검역보다는 입국자 동선, 입국 절차의 편의성·속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후쿠오카(일본)·인천=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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