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려는 걸까. 자살의 경제학에서는 삶의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크게 되면 사람은 자살을 선택한다고 한다. 자살에는 삶의 고통을 주는 다양한 심리 상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건강이나 가정문제 그리고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도 원인이고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과 우울증도 자살의 이유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돈 무브’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이 연쇄 살인범을 만나게 되면서 삶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스릴러 작품이다.
아이리스(모레이 트레드웰 분)는 가족 여행 중 사랑하는 아들 테오를 잃고 만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아들이 죽었던 현장을 방문한 그녀는 깊은 슬픔에 빠져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할 생각을 한다. 그러던 그때, 그녀 앞에 낯선 남자 리처드(핀 위트록 분)가 나타나 아이리스를 회유하고 자살의 유혹에서 구출해 낸다.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친절을 베풀었던 리처드가 갑자기 돌변해 아이리스를 전기충격기로 공격하고 약물로 마취시켜 살해하려 한다. 한정된 시간, 옥죄어 오는 신체적 제약 속에서 살인범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영화는 살해할 이유가 특별히 없는 묻지마 범죄를 다룬다. 연쇄 살인마는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독보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아내와 자녀한테는 한없이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가족을 제외한 사람에게는 잔인한 폭력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아이리스를 도우려는 경찰관과 시민을 무차별하게 폭행하고 아이리스에게는 온몸이 마비되는 마취제를 주입해 살해하려 한다. 문제는 범죄대상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저질러지는 묻지마 범죄를 조명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살의 우발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아이리스는 가족들이 함께 떠난 하이킹 여행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아들을 잃게 되고 슬픔을 달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연쇄 살인범을 만나 극한 상황에 처해 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생존의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한다. 연쇄 살인범인 리처드에게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살아갈 의지를 발견한 것이다. 영화는 자살이 슬픈 감정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고, 그 시간이 지나고 원인이 해소되어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면 삶의 의지 또한 생겨날 수 있음을 전한다.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 게다가 자신을 지켜야 할 몸은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할 수 없다. 영화는 낯선 남자에게 약물을 주입당하고 신경계가 서서히 마비되면서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생존을 내건 사투를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서스팬서의 거장인 아담 쉰들러 감독이 연출을 맡아 충격적인 영상 없이도 심리적 긴장감과 억압적인 분위기를 통해 공포와 불안감을 극대화시켜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은 크게 늘어났지만 높은 집값과 실업문제 그리고 경제적, 젠더 간 불평등과 불안한 미래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불만은 자살이나 묻지마 폭행과 살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인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영화 ‘돈 무브’는 묻지마 폭행이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동시에 자살이 우발적임을 알려 자살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