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본 학생은 어떡해” VS “시험기능 상실”···‘연세대 논술 유출’ 첫 재판 공방

2024-10-29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유출 논란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학부모가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의 첫 재판이 29일 열렸다. 재판에서는 이들이 제기한 소송의 청구 취지와 증거에 관한 객관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전보성)는 이날 연세대 논술 전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지난 21일 수험생과 학부모 34명은 연세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최근 이들은 무효확인 소송을 재시험 이행 소송으로 바꿨다. 수험생 측은 무효확인 소송에 승소해도 연세대 측이 재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강제할 수단이 없어 청구 취지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수험생 측이 변경한 청구 취지로 인해 한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학생 측의) 재시험 이행 요구에 대해 (연세대 측이)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험 자체 무효 주장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재시험이라는 구체적인 행위 요구의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은 불만이고 불이익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이날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의 이익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험생 측은 “이 시험이 공정성 확보가 안 되는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효·재시험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시험 기능을 상실했으니 시험을 잘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재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이월할 수 있을지 판단 자체는 학교법인에 있는 것이고, 어떤 특정 행위를 찍어 권리로서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증거의 객관성을 두고도 다툼이 이어졌다. 수험생 측은 당시 시험을 본 한 수험생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부실 시험 관리’의 증거로 제시했으나, 공개 시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세대 측은 “신원도 확인되지 않고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신원을 밝히지 말고 믿어달라는 식의 증거는 안 된다”고 했다.

수험생 측 대표로 발언에 나선 A군은 시험지 유출이 아닌,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먼저 배부했다가 회수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A군은 “사건의 본질은 시험지 유출이 아니라 선 배부된 것”이라며 “시험지 선 배부가 정말 문제가 없는지 공명정대하게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험생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정선 변호사는 “공정성 문제가 많음에도 연세대는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 경찰을 동원해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연세대에서 벌어진 사건을 넘기게 되면 모든 대학이 본보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논술시험 한 고사장의 감독 과정에서 시작됐다. 해당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시험 시작 시각을 착각해 1시간 전에 문제지를 나눠줬다가 회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문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돼 연세대의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일었다.

앞서 연세대는 논술시험 문제지를 유포한 수험생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전날 서울 강남구 디시인사이드 본사를 압수수색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 등을 확보했다. 연세대는 지난 15일 “입시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의심스러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사법당국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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