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와 ‘노년 건강’ 전문가로 알려진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과로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건강하게 일하면서 성과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에 ‘과로가 내게 남기고 간 것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정 교수는 “2024년 의정갈등이 시작되고 1년 동안 거의 매주 진료시간만 60시간에 달했다”며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과로사에 대해 찾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과로사 증후군으로 1년에 약 75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로와 높은 레벨의 스트레스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로가 문제인 이유는 수면, 식습관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정 교수는 “일을 많이 하고 거기에 더해 장거리·장시간 통근까지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유지가 어렵다”며 “통근시간이 늘면 수면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 수면질 저하, 우울감, 면역력 저하, 뇌혈관 질환 가능성 커진다”고 덧붙였다.

과로하면 암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암세포는 면역세포에 의해 상시 자동 제거되게 돼 있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면역세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로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은 데미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지 않느냐’, ‘당장 죽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 ‘더 열심히 일해야지 의지력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다”며 “그 사람을 가장 밑바닥부터 서서히 파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과로 상황이 펼쳐졌을 때 개인이 해야 할 일은 “푹 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잠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잠과 스트레스 생활습관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잠을 지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폰 대신 책을 보는 게 도움이 되고, 잠 식단 운동 명상 등 스트레스 줄이려는 노력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시스템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는 인간을 공장의 기계로 간주하는 문화가 있다”며 “‘하면 된다’는 근성을 발휘해서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 차리고 일하면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적당한 부하를 걸어주면서 최소의 자기 돌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한 나라의 건강 궤적은 개개인의 건강 궤적의 합”이라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저자로 ‘생로병사의 비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등 방송에 출연해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정 교수는 지난달 초 과중한 업무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휴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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