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에 "살 좀 빼라"…장난친 한마디 장난 아닌 병 부른다 [Health&]

2025-11-30

상 비만 현주소와 낙인

하 치료 패러다임 변화

비만, 우울증처럼 치료 필요한 질환

감량 실패·스트레스·자책 반복돼

혈액 속 지방이 혈압·당뇨병 높여

몸무게보다 체성분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 성인 셋 중 한 명은 비만이다. 고혈압·당뇨병·지방간·심근경색과 뇌졸중, 수면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일부 암까지 비만과 얽혀 있다. 관련 없는 질환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시대. 그런데도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사실은 외면한다. ‘살 좀 빼라’ ‘의지만 있으면 빠진다’는 말 속에는 비만을 개인의 실패로 돌리는 시선이 깔려 있다. 두꺼운 옷에 가려 체중 증가를 외면하기 쉬운 12월, 비만의 현주소를 살피고 이를 극복하는 과학적 치료와 관리 방안을 소개한다.

“얼굴은 이쁜데 살이 왜 이렇게 쪘노”.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면 고개를 푹 숙인다. 식당에선 수군거리는 눈들이 신경 쓰여 제대로 못 먹고 집에 돌아와 폭식하고 잔다. ‘살 좀 빼라’는 가족의 말은 더 깊이 박힌다. 20대 박모씨는 “살을 빼야 하는 건 아는데 어릴 때부터 찐 살인 데다 먹는 걸 좋아한다. 다이어트를 평생 해야 할 텐데 막막하다”고 했다.

30·40대 남성 2명 중 1명 비만

비만은 흡연·우울증처럼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인식현황 조사’(2023년)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을 ‘게으르다,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보는 시선이 절반을 넘는다. 체중 감량 실패의 원인도 의지 부족(39%)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다.

이런 낙인은 비만병 환자를 우울·불안에 몰아넣고 자책하게 한다. 헬스장과 병원 문턱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하 교수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는 동정과 응원을 보내지만, 비만 환자에게는 ‘자기 관리 부족’이라는 낙인을 씌운다. 이런 사회적 시선이 왜곡된 다이어트로 이어져 또 다른 건강 악화를 부른다”고 말했다.

살을 못 빼면 낙오될 것 같은 불안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통과의례처럼 반복하게 한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는 한 환자의 사례다. 수시간씩 운동하다 무릎에 물이 차고 식욕억제제 부작용으로 심장이 두근거려 빈맥 진단을 받았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몸이 더 망가졌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미 합병증이 생긴 환자, 대사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미용 목적의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다이어트라는 이름 아래 묶이면서 정작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은 전문적 관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회의 중 갑자기 뒷목이 당기고 눈앞이 캄캄해져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혈압이 190까지 치솟은 상태인 데다 고지혈증에 지방간,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었는데 몰랐다고 한다. 그는 “건강검진 때 고혈압 전 단계(정상은 120/80㎜Hg 미만)이니 살 빼라는 얘길 듣긴 했다. 회사 생활하며 스트레스가 심해지니 갑자기 숨 쉬기가 힘들고 심장에 무리가 확 오는 날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태아 때부터 비만 인자 영향받아

‘2025 비만 팩트시트’(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30·40대 남성 두 명 중 한 명, 여성 넷 중 한 명이 비만이다. 비만은 대사, 호르몬, 면역 기능 변화를 가져온다. 혈액 속에 지방이 과하게 떠다녀 고혈압, 당뇨병 위험을 두 배로 높인다. 이른 나이부터 혈관이 고생하면 사회활동이 왕성한 40·50대부터 수십 년을 합병증을 갖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위험은 5배가 넘는다. 잠자는 동안 기도(숨길)가 반복적으로 좁아졌다 열리기를 반복하며 호흡이 끊겼다 이어지는 병이다. 산소 공급이 떨어지면 심장은 위급 상황으로 인식해 스트레스를 받고, 자율 신경이 폭주해 혈압이 급상승한다. 뇌는 밤새 잠을 못 자는 상태가 된다.

비만 때문에 염증 신호(사이토카인)가 과도하게 분비되면 암 발생을 촉진하는 인자를 자극한다. 비만은 대장암·간암·췌장암·신장암·자궁내막암·식도암·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세대 간 비만 대물림은 확산세다. 부모 중 한 명이 중등도 비만(BMI 30~34.9)이면 자녀가 비만일 위험은 5배 이상 높아진다. 대한비만학회 정소정 부회장(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은 “비만일수록 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데, 이런 경우 아이는 엄마 자궁에서부터 비만 위험 요소를 안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초·중등 시기는 대사 질환의 경로가 결정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대사적 회복 탄력성이 높은 골든타임이다. 회복 능력이 살아있을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먹어라, 운동해라’ 같은 잔소리는 아이를 더 위축시킨다. 성장곡선 평가와 함께 가족 전체가 식습관을 점검해 보고, 아이와 함께 놀고 운동하는 건강한 생활에 목표를 둬야 한다. 정 교수는 “헛헛해서 먹었다, 스트레스 받아서 먹었다는 아이들의 말은 대부분 정서적 방어기제의 표현”이라며 “왜 영양 불균형이 생겼는지를 가정 환경 전체에서 살펴보며 생애주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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