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 기조에 따라 최근 제약업계에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유한양행, 보령, 휴젤 등이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자사주 소각에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향후 흐름이 주목된다.

#유한양행, 보령, 셀트리온 등 상반기에 자사주 소각
올해 상반기 주요 제약사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혹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시행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처음으로 회사 보유 자사주의 약 3.7%에 해당하는 24만 627주, 253억 원 규모를 소각했고, 향후 6개월 내 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보령은 지난 2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 주, 102억 원어치를 소각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1.2%다. 휴젤 역시 연말까지 20만~50만 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사업보고서에 밝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7013억 원 규모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는 9000억 원 규모를 소각 완료했다. 또 2027년까지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율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이달 1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주식 소각 결정 건수는 총 4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소각 주식 수는 1억 4527만 주, 금액은 5조 837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6%, 164% 증가했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 내놓은 유한양행, 한미약품
5대 제약사 가운데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자사주 소각 방침을 명시한 곳은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두 곳뿐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계획에서 2027년까지 총 발행주식수의 1%를 소각하고, 2025~2027년 평균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당 배당금(DPS) 30% 이상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같은 기간 주주환원율 25% 이상, 자사주 취득·소각, 중간배당 확대 등을 포함한 정책을 내놨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금융권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외부 압박이 적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비중이 낮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주주환원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자사주 역시 스톡옵션 목적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안들은 취득 후 소각 시한을 각각 1년 이내(김남근 의원), 6개월 이내(차규근 의원), 즉시(김현정 의원) 등으로 규정했으며, 임직원 보상 목적의 보유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약업계는 기업 간 가치 양극화가 뚜렷하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 가치 정상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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